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의 하루, 미국 워킹맘의 휴가, 도서관 뮤지엄 패스

하루 휴가를 내고 혼자 MoMA를 다녀왔다. 평일 혼자 맨해튼 나들이는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MoMA 입장료는 무료,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무료 대여해주는 뮤지엄 패스를 사용했다. 뮤지엄 패스 중에도 MoMA는 인기가 많은편이라, 날짜 오픈하자마자 예약을 걸어놓았다.

아이 등원을 시키고 도서관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그런데 이전 대여자가 패스를 아직 반납하지 않은 거다. 직원이 전화를 했고, 당사자도 바로 온다고는 했지만 언제 올지는 모르는 일. 오늘 휴가가 아무것도 못 한 채 날아갈 것 같아 짜증이 확 났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잠깐 망설이다 취소해달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맨해튼에서 쇼핑을 할까, 멤버십이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갈까 — 플랜 B를 짜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패스가 반납됐는데 가지러 올 수 있냐고. 직원이 내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기다려준 거였다. 감사한 다시 도서관으로 달려가 어렵게 패스를 손에 넣고, 생각보다 늦어진 시간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맨해튼으로 나왔다.

MoMA 멤버십 덕분에 프리다 & 디에고 전시 멤버십 프리뷰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은 혼자였다. MoMA에 아이와 오면 5층까지 올라올 일이 없다. 아이 페이스에 맞추다 보면 1, 2층에서 대부분의 시간이 끝난다. 피카소도, 마티스도, 반 고흐도 — 이름은 알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건 그래서였다. 혼자라는 이유 하나로, 오늘은 처음부터 5층으로 직행했다. 피카소, 마티스, 반 고흐, 마그리트, Wifredo Lam 회고전까지 — 기대 이상의 하루였다. 각 작품과 전시에 대한 포스트를 따로 썼는데, 여기에 한 번에 모아뒀다.

나는 원래 삶에서 예술은 필수가 아닌 사치라고 생각했다. 시간도, 돈도, 여유도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것.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다 보니 그 어떤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혼자 MoMA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뭔가가 조금 바뀐 것 같다. 피카소와 반 고흐 앞에서 멈추고, 그들이 표현하고자 한 것을 이해하려 하고, 시야가 조금 넓어지는 느낌. 예술은 살면서 필요한 배움이고 감각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실감했다.

우리 딸에게는 예술이 사치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드는 것이었으면 한다. 더 넓은 세계와 다양한 작품들을 경험하면서 자라길.

회사와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는 모든 일상을 벗어나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하루였다. 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을 먹으며,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남편하고 우리 딸이랑 다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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