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에서 만난 반 고흐(Vincent Van Gogh), 별이 빛나는 밤과 올리브 나무

MoMA 5층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이 있었다. 멀리서도 보였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었고, 저마다 핸드폰과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 바로 앞에는 유리 케이스 안에 놓여있는 알록달록한 유리 꽃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 아르누보 시대 프랑스 공예가 에밀 갈레(Émile Gallé)의 작품들이다. 반 고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유리 케이스 너머로 별이 빛나는 밤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The Starry Night, 1889

나도 가까이에서 보기위해 작품 앞에 줄을 섰다.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지긋이 바라보았다. 다들 저마다의 생각으로 감상하고 눈에도 담아가는 것이겠지. 

작품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도록이나 포스터로 워낙 많이 봐온 그림이라 실제로 보면 더 클 것 같았는데 — 그렇지 않았다. 소용돌이 치는 하늘의 붓터치가 입체적으로 살아있고, 달 주변의 반짝임이 실제로 빛을 내는 것 같다. 색감의 조합이 놀라울 만큼 감성적이고 아름다웠다.

이 그림은 1889년, 반 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해 있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 이후 병원에 들어갔고, 그곳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상상과 기억으로 재구성해 그렸다. 소용돌이치는 하늘은 당시 그의 극도로 불안정한 내면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이 그림이 밤 풍경임에도 낮에 그려졌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빛과 대기 조건 아래서. 그림 속 마을도 실제로 창문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었고, 왼쪽의 사이프러스 나무도 실제보다 훨씬 가깝게 배치됐다. 밤하늘의 형태도 실제와 달리 빛을 더하고 형태를 바꿨다. 관찰한 것과 상상한 것, 기억한 것이 섞인 그림이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이 작품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됐다.

The Olives Trees, 1889 - 별이 빛나는 밤의 '낮'버전

반 고흐가 테오(네덜란드의 미술상이자 빈센트 반 고흐의 남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 별이 빛나는 밤을 보내면서 “올리브 나무 그림은 낮의 파트너로 그린 것”이라고. 두 그림이 낮과 밤, 서로를 보완하는 한 쌍이었던 거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 같은 정신병원 창문 너머의 풍경. 하나는 소용돌이치는 밤하늘이고, 하나는 뒤틀린 올리브 나무들이다. 둘 다 반 고흐 특유의 살아있는 붓터치로 가득하다.

The Olives Trees를 보면 어딘가 동양화 같은 느낌이 든다. 구름의 소용돌이 패턴, 뒤틀린 나무의 선, 단순하게 처리된 산의 실루엣 — 반 고흐가 일본 우키요에(浮世絵) 판화에서 깊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일본 판화 수백 점을 직접 수집하고 모사했다. The Olives Trees 설명에도 그 흔적이 있다. 

나는 <별이 빛나는 밤> 앞에 몰린 인파때문에, 바로 옆에 걸려 있던 <올리브 나무 (The Olives Trees (1889)>에게 관심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늘의 기록을 적어두고 다음 방문 때 꼭 함께 감상해야겠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