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1400년 시간이 멈추는 공간

사유의 방

뮷즈를 나와서 박물관 2층의 사유의 방으로 갔다. 박물관이 거의 닫힐 시간이라 아쉽지만 그 곳만 보기로 했다. 사유의 방은 2021년에 생긴 공간으로, 국보 반가사유상을 위해 따로 설계된 전시실이다.

사유의 방은 상설전시 내에 있어 별도 입장료가 없다.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 운영한다. 사람이 적은 평일 오전이나 수·토 야간에 가면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기 전, 긴 복도를 먼저 지나야 한다. 약 이십사 미터 길이의 어두운 통로다. 양쪽으로 흑백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끝없는 물질의 순환과 우주의 확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장줄리앙 푸스, 2021)이라고 한다. 외부 소음이 차단되면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 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원형에 가까운 어두운 공간이 나온다. 천장에는 알루미늄 봉 이만 천 개가 매달려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별처럼 보인다. 바닥은 1도 기울어져 있다.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몸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향하게 된다. 벽은 적토에 계피, 숯, 편백, 옻을 섞어 장인이 직접 바른 흙벽이다. 계피와 편백나무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반가사유상

왼쪽은 구 국보 78호, 높이 81.5cm. 화려한 보관을 쓰고, 천의가 어깨에서 날개처럼 펼쳐진다. 오른쪽은 구 국보 83호, 높이 90.8cm에 무게가 112kg이 넘는다. 현존하는 금동 반가사유상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일본 교토 고류지의 목조 반가사유상과 아주 닮아서, 고대 한일 불교 미술 교류 연구의 핵심 작품으로도 꼽힌다. 왼쪽의 78호가 화려하다면 오른쪽의 83호는 절제되어 있다. 상체가 드러나고, 옷 주름만 리드미컬하게 흐른다.

두 상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록도 없고, 옛사람들의 말로만 전해진다. 오른쪽 상은 1912년 이왕가박물관이 일본인 고미술상으로부터 2,600원을 주고 구입했고, 왼쪽 상은 같은 해 조선총독부가 골동품 수집가에게 4,000원을 지불한 뒤 1916년 총독부박물관이 입수했다. 총독부박물관은 1945년 국립박물관이 인수했고, 이왕가박물관 소장품은 1969년에 통합되었다. 오른쪽 상은 보관 상태와 옷 주름 등으로 미루어 7세기 전반 신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유리 케이스 없이 전시되어있어 360도 감상할 수 있다. 조심스레 보폭을 좁혀 한 바퀴를 돌아본다.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반가 사유상보다도 공간이 주는 그 고요함과 웅장함에 더 압도되었다. 

평일 저녁시간인지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 큰 공간에서 조용히 감상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사유의 방,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국중박에서 보이는 남산​

매번 낮에 아이와 와서 어린이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며 뮷즈를 구경했다. 저녁에 오니 풍경이 달랐다. 어두운 하늘 아래 건물이 빛나고, 그 너머로 남산타워가 파랗게 켜져 있었다. 파란색은 그날의 공기가 맑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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