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서울 출장. 2주 동안 남산이 보이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묵었다. 한남동 언덕 위에 있는 이 호텔은 교통이 꽤 불편하긴 하지만, 그 불편한 위치 덕분에 서울의 계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멋진 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이 호텔의 뷰와 분위기, 계절마다 달라지는 이벤트와 안정적인 서비스다. 그래서 서울에 올 때마다 다시 이곳을 선택하게 된다.
가을 단풍으로 덮힌 남산
서울에 도착한 11월 둘째 주, 남산 입구는 단풍을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출장 덕분에 방 안에 앉아 조용히, 예쁜 색으로 물든 남산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객실 창밖으로는 남산이 정면에 보였고, 그 위로 남산타워가 곧게 서 있었다. 11월의 남산타워는 파란색 아니면 가끔 초록색. 그 의미는 대기질 좋음 또는 보통.
힘든 출장 중에도 창밖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은 틈틈이 나에게 안온함을 주었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일정 사이에서, 방 안에 앉아 단풍 든 남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여행 온 사람처럼 여유로워졌다.




호텔에서 이태원 쪽으로 내려가는 좁은 내리막길도 기억에 남는다. 길에는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가로등 빛에 노란 잎들이 반짝였다. 바닥에도 은행잎이 노랗게 깔려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해서, 그 노란 길을 걷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
호텔 로비의 크리스마스 트리
11월 중순, 그러니까 우리가 출장 첫째주를 마치고 제주도에 다녀온 주말 이후 호텔 로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다. 제주도에 있는 사이 점등식이 있었다고 했다. 붉은 오너먼트와 벨벳 리본으로 장식된 트리였고, 옆으로는 갈랜드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았고, 호텔 로비의 따뜻한 분위기와 잘 맞았다.
가을 단풍을 보러 온 시기에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보게 되니, 계절이 한 번에 겹쳐진 느낌이었다. 창밖에는 아직 남산 단풍이 남아 있는데, 로비 안에는 벌써 크리스마스가 와 있었다.
트리에 불이 켜지는 시간은 오전 7시였다. 주말 하루는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엄마와 함께 6시 50분쯤 로비로 내려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로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불이 켜지기를 기다렸다가 트리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피곤해 보이는 생얼의 우리와 반짝이는 거대한 트리.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아침이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밤
밤이 되면 호텔 앞 나무들에 조명이 켜진다. 반짝이는 전구가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채우면 멀리서 봤을 때 꼭 겨울 벚꽃처럼 보였다. 낮에는 단풍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밤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방에서 내려다보면 조명이 켜진 나무들이 호텔 앞마당을 하얗게 물들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11월 내내 호텔의 저녁은 여러 이벤트로 분주했다. 어느 날은 호텔 로비에서 재즈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음악이 흐르고, 그 뒤로는 서울의 고층 건물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로비 안의 재즈 선율과 창밖의 야경이 함께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롯데타워 뷰를 보며 조식
이번 숙박에 포함된 아침식사는 로비층에 위치한 더 테라스 (The Terrace)에서, 창가 자리에 앉으면 서울 전경이 넓게 펼쳐진다. 정면으로는 한강 건너의 롯데타워가 보이고, 일출 직후의 주황색 바탕이 더 해진다. 맛있는 식사와 멋진뷰.


2주 동안 머물며 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11월은 가을과 겨울이 함께 있는 계절이었다. 객실에서는 단풍 든 남산이 보였고, 밤에는 호텔 앞마당의 조명이 반짝였고, 로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섰다. 교통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을 잊게 할 만큼 풍경이 좋았던 숙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