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5층 Gallery 517의 전시 이름은 A Surreal Lens로, 초현실주의와 관련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Pablo Picasso의 〈Girl before a Mirror〉는 강한 색감, 굵은 선, 화면을 가득 채운 인물과 거울 때문에 멀리서도 바로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피카소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입체주의를 이끈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인물을 한 방향에서 본 모습 그대로 그리기보다 여러 시점과 형태를 한 화면 안에 겹쳐 표현했다.
그래서 피카소의 인물화는 처음 보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얼굴과 몸이 현실적인 비율로 그려지지 않고, 색과 선도 과감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 덕분에 인물의 외형뿐 아니라 여러 감정과 시선을 함께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현실주의의 흐름 속에서 본 작품
〈Girl before a Mirror〉는 피카소가 입체주의를 이끌던 시기보다 훨씬 뒤인 1932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그래서 이 그림을 단순히 입체주의 작품으로만 보기보다는, MoMA 5층 Gallery 517의 A Surreal Lens 전시에서 초현실주의 작품들과 함께 볼 수 있다.
Surrealism은 1924년 André Breton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등장한 미술 흐름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영향을 받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보다 상상력, 욕망, 무의식의 세계를 더 중요하게 보았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현실 아래 숨어 있는 낯설고 꿈같은 이미지를 드러내려 했다.
이 전시실에는 Salvador Dalí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초현실주의가 관심을 가졌던 꿈과 무의식, 낯선 현실의 이미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Girl before a Mirror〉의 거울은 단순히 외모를 비추는 물건이 아니다. 왼쪽의 밝은 인물과 오른쪽 거울 속 어둡고 복잡한 모습은 같은 사람이지만 전혀 다르게 보인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드러나는 또 다른 얼굴, 혹은 의식 아래 숨어 있는 불안과 욕망을 떠올리게 한다.
Girl before a Mirror (1932)
〈Girl before a Mirror〉는 Picasso가 Marie-Thérèse Walter를 주제로 그린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은 1932년 파리에서 그려졌고, 현재 MoMA가 소장하고 있다. 그림 속 여성은 Picasso의 연인이었던 Marie-Thérèse Walter로 알려져 있다.

MoMA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왼쪽의 밝은 라벤더빛 옆모습과 금발이 그녀를 알아보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품 앞에 서면 왼쪽 인물과 오른쪽 거울 속 모습의 차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왼쪽의 여성은 밝고 부드러운 색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거울 속 모습은 훨씬 어둡고 복잡하다. 같은 사람의 반사인데도 전혀 다른 얼굴처럼 보인다.
두 번째로 볼 부분은 얼굴의 표현 방식이다. Picasso는 얼굴을 한 방향에서 본 모습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정면과 옆모습이 한 화면 안에 동시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이런 표현 때문에 인물은 현실적인 초상화라기보다 여러 시점이 겹쳐진 이미지처럼 느껴진다.
세 번째로는 색과 패턴을 보면 좋다. 분홍, 보라, 초록, 빨강, 검정이 강하게 부딪히고, 배경의 반복되는 무늬도 화면을 꽉 채운다. 처음에는 화려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오래 보면 인물과 거울 사이의 긴장감을 더 강하게 만드는 요소처럼 보인다.
사진으로 볼 때도 인상적이지만, 실제 작품 앞에서는 색과 선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화면 전체가 강한 색으로 가득 차 있어, 가까이서 보면 인물보다 색의 힘이 먼저 느껴지기도 했다.
〈Girl before a Mirror〉는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단순한 초상화라기보다, 거울 앞에 선 한 사람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 겉으로 보이는 얼굴과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얼굴이 한 화면 안에 함께 있었다.
MoMA 5층에서 피카소 작품을 본다면, 이 그림 앞에서는 잠시 멈춰 왼쪽 인물과 거울 속 인물이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비교해 보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