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5층에서 만난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왜 이 단순한 그림이 유명할까?

MoMA 5층에는 피카소와 샤갈, 반 고흐, 모네처럼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 이날 우리의 목적지 중 하나는 Gallery 515에 있는 모네의 〈수련〉이었다. 그런데 그곳으로 향하던 중 Gallery 512에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작품을 만났다. 바로 피트 몬드리안의 〈Composition No. II, with Red and Blue〉였다.

흰 바탕 위에 검은 직선, 그리고 빨강과 파랑의 색면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사진 속 작품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에도 벽 한쪽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

피트 몬드리안은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현대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풍차와 강, 나무 같은 풍경화를 그렸지만 점차 형태를 단순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연 속 복잡한 모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나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균형과 구조를 표현하려 했다. 결국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빨강·파랑·노랑의 기본색만 남기는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다.

데 스틸(De Stijl), 신조형주의

이러한 생각은 훗날 데 스틸(De Stijl) 운동과 신조형주의로 이어졌다. 데 스틸은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빨강·파랑·노랑의 기본색을 중심으로 질서와 균형을 표현하려 했던 네덜란드 예술 운동이다. 회화뿐 아니라 건축, 가구, 그래픽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현대적인 미니멀 디자인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몬드리안이 중요한 이유도 단순히 독특한 그림을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선과 색, 균형의 방식은 이후 현대 디자인의 언어처럼 반복해서 사용되었다. 그래서 George Segal의 작품 속에도 Mondrian의 그림이 등장하고, 패션과 인테리어, 그래픽 디자인에서도 그의 구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계속 인용된다.

Composition No. II, with Red and Blue (1929)

MoMA 5층 Gallery 512에 전시된 작품은 1929년에 제작된 〈Composition No. II, with Red and Blue〉다.

처음 보면 정말 단순하다. 검은 선이 화면을 나누고 있고, 왼쪽 위에는 빨간 사각형, 오른쪽에는 파란 사각형이 놓여 있다. 나머지 공간은 대부분 흰색으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선의 길이도 모두 다르고, 사각형의 크기 역시 일정하지 않다. 색도 화면 전체에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화면은 묘하게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몬드리안은 이런 균형을 만들기 위해 선의 위치와 색의 비율을 끊임없이 수정했다고 한다. 작품 설명에도 제작 과정에서 수정된 흔적이 남아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선택과 조정 끝에 완성된 결과물인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그림이 내게는 더 친숙하다. 반 고흐의 작품처럼 감정이 느껴지는 그림도 마찬가지다. 반면 몬드리안의 작품은 처음 봤을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실제 작품 앞에 서서 한참 바라보다 보니, 몬드리안은 무엇인가를 그리려 했다기보다 선과 색만으로 균형을 만들려고 했다는 점이 조금씩 보였다.

MoMA 곳곳에서 만나는 Mondrian

MoMA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한 공간에만 모아두지 않는다. 작가별로만 전시하기보다, 작품이 속한 시대와 미술 흐름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몬드리안의 작품도 여러 갤러리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현재 MoMA에는 이 작품 외에도 여러 몬드리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Tableau no. 2 / Composition no. V〉는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Composition C〉와 〈Composition with Red, Blue, Black, Yellow, and Gray〉에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몬드리안의 스타일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또 1층에 전시된 〈Broadway Boogie Woogie〉는 뉴욕으로 이주한 뒤 제작한 작품으로, 밝은 색과 리듬감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같은 몬드리안 작품이라도 차분한 균형을 보여주는 작품과 도시적인 리듬이 느껴지는 작품을 함께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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