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에서 만난 마그리트(René Magritte), 평범함 속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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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5층을 돌다가 마그리트의 작품 두점 앞에서 발이 멈췄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뭔가 말하고 싶어서 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 그게 마그리트가 의도한 바로 그 반응인 것 같다. 

"What does it mean? It does not mean anything, because mystery means nothing either, it is unknowable."

"내 그림은 아무 의미도 없다. 미스터리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이다." — René Magritte

René Magritte — 정장 입은 초현실주의자

René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다. 초현실주의라고 하면 달리처럼 녹아내리는 시계나 꿈속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마그리트는 달랐다. 그는 완벽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되, 말이 안 되는 조합을 그렸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쓴 그림이 가장 유명하다. 파이프 그림이지 실제 파이프가 아니니까 — 그림과 현실,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건드린 거다.
Magritte, The Mystery of the Ordinary, 1926–1938

현재 LA 카운티 미술관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 소장되어있는 아래 그림의 제목은 <The Treachery of Images (이미지의 배반), 1929>이며, 프랑스어 원 제목이 아래 써있는데, 이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는 낮에는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정장을 즐겨 입고, 평범한 교외 주택에서 조용한 일상을 보냈다고 한다. 기이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치고는 가장 평범한 삶을 살았다는 말이 있다.

The Portrait, 1935 — 접시 위의 눈

평범한 식탁이다. 접시, 포크, 나이프, 유리잔, 병. 근데 접시에 놓여있는 햄 한조각에 눈이 하나 있고, 그 눈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은 <초상화>다. 

보통 초상화는 얼굴을 그리지만, 마그리트는 누군가의 얼굴 대신 그 사람의 식탁을 그렸다. 

MoMA에 따르면 마그리트는 이 그림에서 테이블이 앞으로 기울어진 원근법을 의도적으로 썼다. 처음엔 친숙한 식사 자리처럼 보이도록 유도해놓고, 눈과 마주치는 순간의 충격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마그리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그림도 일상적인 장면을 통해 보는 사람의 시각을 흔들려는 시도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접시가 아니라 햄에 눈이 있다. 먹히는 것이 바라보고 있다 — 햄이 되기 전 살아있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드는 눈. 하지만 마그리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해석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건 보는 사람 몫이다.

The Lovers, 1928 — 천으로 감싼 연인

천으로 머리를 감싼 두 사람이 키스하고 있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순간인데 서로를 볼 수 없다.

이 그림에는 여러 해석이 있다. 마그리트의 어머니가 강에 투신해 익사했을 때 얼굴이 천으로 감겨있었는데, The Lovers의 천이 거기서 왔다는 해석이 있다. 또는 아무리 가까워도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인간 관계의 고독함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하지만 마그리트는 어떤 해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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