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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와 인상주의
클로드 모네는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인상주의는 사물의 형태를 정확하게 그리기보다,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빛과 색, 그 때의 분위기를 표현한 미술 흐름이다. 가까이에서는 붓자국과 색의 덩어리가 먼저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 보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인상주의라는 이름도 그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사물의 형태와 세부를 정확하게 묘사하기보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빛과 색을 화면에 담는 데 관심이 많았다.
모네가 특히 유명한 이유는 같은 대상을 여러 시간대와 날씨 속에서 반복해서 그린 연작 때문이다. 건초더미, 루앙 대성당, 워털루 브리지와 런던 국회의사당처럼 하나의 대상을 계속 관찰하며 빛과 주변 공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표현했다.
말년에는 프랑스 지베르니의 자택에 직접 조성한 정원과 연못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수면 위에 비친 하늘과 구름, 수련과 주변 식물을 표현하면서 물과 하늘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다. MoMA에서는 모네의 말년을 대표하는 대형 〈수련〉 연작을 볼 수 있다.
Gallery 515까지 가야 만날 수 있는 〈수련〉
모네의 〈수련〉은 MoMA 5층 Gallery 515, The David Geffen Wing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는 피카소와 샤갈, 반 고흐 등의 작품을 본 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를 다룬 특별 전시까지 관람하고 아래층 로비로 내려왔다. 그런데 함께 온 회사 동료 한 분이 모네의 작품을 보지 못하고 내려온 것이 아쉽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건 봐야지!’라며 곧장 다시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에서도 안쪽에 있는 The David Geffen Wing의 Gallery 515까지 찾아가야 했다.

전시실에 도착하니 작품 앞에는 역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특히 세 개의 패널로 이어진 대형 〈수련〉은 벽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어, 한자리에서는 작품 전체를 사진 한 장에 담기 어려웠다.
은빛이 감도는 한 폭의 〈수련〉
Gallery 515에서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수련〉 두 점을 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1914년부터 1926년 사이에 제작되었지만, 크기와 구성, 색감에는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작품은 한 폭의 가로형 캔버스다. 잔잔한 수면 위로 구름의 반영이 부드럽게 흐르고, 그 사이에 작은 분홍빛 수련이 떠 있다. 회청색과 보라색, 옅은 초록색이 섞여 있어 연못의 표면에 은빛이 스며든 것처럼 보인다.
MoMA의 작품 설명에 따르면 모네는 이 그림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수년에 걸쳐 수정하며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가까이에서 보면 수련이나 구름보다 붓질과 물감의 흔적이 먼저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잔잔한 수면과 그 위에 번지는 빛이 나타난다.
세 개의 패널로 이어진 대형 〈수련〉
두 번째 작품은 세 개의 대형 패널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에는 초록과 파랑이 섞인 밝은 연못과 라벤더빛 구름의 반영이 보인다. 왼쪽으로 갈수록 어두운 색의 붓질이 강해지고, 오른쪽에서는 붉은빛과 초록빛 식물이 물과 하늘을 덮는 듯하다.

이 작품에는 수평선이나 연못의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물이 화면 전체를 채우고 하늘은 수면에 비친 모습으로만 나타난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물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뚜렷하게 나뉘지 않고, 관람객이 연못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모네는 1915년 지베르니 자택 근처에 대형 작업실을 마련하고, 자신이 grandes décorations라고 부른 대형 장식화를 제작했다. MoMA에 따르면 그는 1914년부터 세상을 떠난 1926년까지 40점이 넘는 대형 패널과 여러 관련 작품을 만들었다. Gallery 515의 세 폭짜리 〈수련〉도 이 작업의 일부다.
가까이에서는 두껍고 겹쳐진 붓질이 먼저 보이지만, 멀리 떨어지면 물과 하늘, 수련과 식물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인 연못 풍경과 추상적인 색면의 경계에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는 집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는데, 모네의 〈수련〉은 달랐다. 색이 부드럽고 특정한 형태가 강하게 튀지 않아 집 안에 걸어도 분위기가 생길 것 같았다.
어떤 가구나 인테리어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오래 바라봐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실제 전시실에서도 그림이 주변을 압도하기보다 공간 전체에 조용히 녹아드는 느낌이 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본 작품 중 집 안에 걸어두고 싶다고 생각한 유일한 그림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모네가 그린 건물과 도시 풍경을
워싱턴 D.C.의 National Gallery of Art도 모네의 작품을 여러 점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소장품에는 같은 루앙 대성당 정면을 서로 다른 빛으로 그린 작품들과 워털루 브리지를 그린 작품 등이 포함되어 있다.
MoMA에서는 수련과 연못처럼 자연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봤으니, 다음에는 모네가 그린 건물과 도시 풍경을 직접 보고 싶다. 같은 건물이나 다리가 시간과 날씨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