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 이호테우 해수욕장, 11월의 제주 바다

행복밀 빵 들고 바다로

행복밀에서 빵을 사들고 향한 곳은 이호테우 해수욕장이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곳. 비수기라 사람이 많지 않아 주차도 금방 할 수 있었고, 한산한 주말 아침 산책을 할 수 있었다. 11월이라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파란 하늘,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비닐장갑을 끼고 갓 사온 마늘바게트를 뜯어 먹으며 걸었다. 별게 아닌데 이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다. 그냥 셋이서 탁 틔인 바다 앞에서 맛있는 빵 먹는 것. 이게 여행이지 싶었다.

이호테우, 이름의 뜻

‘이호’는 이 지역의 지명이고, ‘테우’는 제주 전통 어선인 테우에서 온 이름이다. 테우는 통나무를 엮어 만든 제주 고유의 뗏목 배로, 예전 이 일대 어부들이 실제로 사용하던 것이다. 해수욕장 이름에 제주의 어업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방파제 끝에서 해변 쪽을 돌아보면 풍경이 꽤 넓게 펼쳐진다. 모래사장, 뒤로는 제주 시내 건물들, 그리고 저 멀리 한라산 자락까지. 공항과 가깝다 보니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낮게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저 비행기를 타고 우리가 어제 왔구나 싶었다.

쌍원담

방파제 난간에 붙어 있는 안내판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쌍원담에 대한 설명이었다.

원담이란 해안 조간대에 돌담을 원형으로 쌓아두고, 밀물 따라 들어왔던 멸치나 고기들이 썰물이 나갈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돌담을 설치한 제주 전통 어업 방식이다. 이호동의 원담은 1927년 조선총독에 제1종 면허 어업을 신청했을 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호동의 쌍원담은 두 개의 대접을 엎어놓은 모양으로 제주해안에 있는 원담 중 가장 큰 원담으로, 총길이가 약 4500m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은 해안 매립으로 인해 소멸되었고, 원래 위치에서 서쪽 500여m 지점에 복원해 전통문화 현장체험에 활용하고 있다.

조랑말 등대

이호테우 해수욕장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조랑말 모양 등대다. 붉은 조랑말과 흰색 조랑말의 극명하게 대조되는 색감이 우리에게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조랑말 등대를 보러가는 길, 방파제 아래 선착장에는 빨간 보트가 정박해 있었고,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11월에도 보트 투어가 운영되고 있었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보트를 보고 있자니 나도 타보고 싶기는 했다. 인당 3만원. 우리는 하루가 꽉차있어서 잠깐 보는 걸로 만족했다.

제주의 조랑말을 형상화해서 만든 등대로, 빨간 말과 하얀 말이 두 마리가 각각 이호항의 안쪽 방파제와 바깥 방파제에 한 마리 씩 자리를 잡고 있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두 마리의 말 등대는 보는 것만으로도 여기가 제주구나 싶게 만든다. 여느 여행객들처럼 우리 조랑말 등대 앞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남겼다. 

제주는 예로부터 말의 섬이었다. 고려시대부터 국가에서 말을 기르던 곳으로, 제주 조랑말은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제주와 말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말 등대 하나에도 그 역사가 녹아 있었다.

다음엔 밤바다도 보고싶다

비수기에 왔더니 조용하고 여유로웠다. 초록의 산과 노란빛 오렌지색이 살짝 섞인 나무들을 지나 도착한 바다. 자연에 둘러싸인 제주는 평화롭다. 다음에 제주 오면 해 질 무렵에 와서 이호테우의 말 등대 실루엣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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