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슈빌 저녁 3차는 미쉐린 스페인 식당 페닌술라였다.

반도의 음식
페닌술라는 이스트 내슈빌에 있는 스페인풍 타파스 전문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곳이고, 오너 셰프 Jake Howell은 2025년 제임스비어드상을 받았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 등 이베리아 반도의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를 낸다. 페닌술라(Peninsula)는 스페인어로 반도라는 뜻이다.
좌석은 38석뿐인 아주 작은 식당이다. 재미있게도 메뉴판에는 셰프 이름이 “Dick Wolf”로 적혀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Jake Howell의 별명이라고 한다.


빨간 조명의 주방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었지만, 바 자리는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빨간 조명이 켜진 주방이 바로 보였다. 왠지 기괴한 느낌이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표현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저렇게 어두운 조명 아래서 칼질을 하거나 소금과 후추를 구분해서 넣을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주방은 밝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늘의 메뉴
우리가 주문한 건 Tapas 요리 세 가지였다. 그리고 나만 주문한 아마도 패션후르츠 맛에 생강이 들어있던 Mocktail.


Octopus, Wasabi, Bottarga ($25)
튀긴 문어는 입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매콤한 와사비 마요와 잘 어울렸다. 문어는 튀기던, 굽던, 삶던.. 어떻게 조리해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 메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Shrimp, Santa Leaf, Grilled Jalapeño ($20)


새우 요리는 다진 새우를 길게 뭉쳐 두 개로 낸 것이었는데, 그 위에 일본 시소 잎을 툭 얹어서 나왔다. 당황스러운 플레이팅이었다.
그리고 나는 깻잎은 좋아하지만 일본 시소 특유의 향은 좋아하지 않는다. 새우 자체는 맛있었지만, 안에 들어간 허브 향이 꽤 거슬렸다. 정확히 무슨 허브인지는 모르겠다.
Hokkaido Scallop, Toasted Vanilla, Iceberg, Horseradish ($22)

거품 안에 들어있는 건 관자.
거품은 짠맛뿐이었고, 관자는 날것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거품 속을 뒤져가며 관자를 찾아 먹어야 했는데, 뭔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고, 가격 대비 양이 적을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간 터라 그 부분은 괜찮았다. 다만 거품 안에 숨은 관자, 일본 깻잎이 덮인 새우롤 같은 플레이팅은 마음에 안 든다고 느낄 새도 없이 당황스러웠다. 음식도 문어를 제외하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은) 억지스럽고 실험적으로 느껴졌다.
빕 구르망은 원래 가성비 좋은 미쉐린이라는 뜻인데, 여기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갔던 미쉐린 빕 구르망은 파스타 한 접시가 3만원대였는데, 여기는 작은 타파스 한 접시가 4~5만원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네시에 온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유니크한 식당 인테리어와 색감 뿐만 아니라 시즌마다 바뀌는 메뉴, 그리고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있을 것 같으니까. 다음에 온다면 애피타이저보다는 메인을 주문해보고 싶다. 그때도 별로라고 느껴진다면 다시 오지 않겠지만, 일단은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