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을 따라 도착한 곳은 평범한 집, 빌라였다. 건물에 붙은 명패에만 Atomix라고 쓰여 있었다.
8시 45분 예약이었는데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다 40분쯤 되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밖은 그저 인도일 뿐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일렬로 기다려야 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 짐이나 아우터를 맡길 수 있고, 곧 1층의 Bar Counter와 그 맞은편에는 미쉐린 액자들이 놓여있는 복도를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 층으로 내려가서 오늘 메뉴의 재료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웰컴 티로 코스를 시작한다.

1코스. Honeysuckle Sikhye
오늘 메뉴의 재료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직원의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오늘의 웰컴티로 코스가 시작된다. 소주잔보다 작은 잔에 담긴 식혜를 식전음료로 마신 뒤 테이블로 안내받는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웰컴 레터에는 셰프 JP Park가 직접 서명한 짧은 편지가 놓여 있었다. 한 끼의 맛보다 오래 남는 기억을 만들고 싶다는 문장, 오늘의 메뉴는 한국의 뿌리와 셰프의 호기심, 그를 스쳐간 사람과 장소들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전체 메뉴 정보는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Mocktail
나는 유자소다를 논알콜 칵테일로 주문했는데, 유자맛도 밋밋, 탄산도 밋밋, 진짜 별로였다. 내 옆의 동료는 Fig 논알콜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대추 또는 홍삼 그것들의 맛이었다. 너무 맛이 없어서 80%는 남겼던. 여기서는 논알콜 칵테일보다는 그냥 와인 마시는 게 나을 듯.
논알콜 칵테일은 $18정도. 물은 스파클링 워터, 병당 $10.

2코스. Scallop, Gim Bugak, Mustard Kimchi
작년 여름, 남편과 방문했던 주아에서처럼, 첫 애피타이저는 김부각을 쌓아 올린 한 입 거리로 시작했다. 이번 코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메뉴다.

3코스. Littleneck Clam, Dashima, Chrysanthemum
명주조개에 다시마와 국화를 더한 한 입. 바다 향과 맛이 나는 초록색 꽃 모양.

젓가락 고르기
한 입 거리의 애피타이저 두 개를 끝내고 나면 젓가락을 고른다. 나는 한결같은 취향으로 보라색을 골랐다.
다양한 젓가락을 보여주고 직접 고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 한식을 접하는 외국인에게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젓가락 고르기 보다는 음식마다 수저를 바꿔주는 서비스가 더 인상 깊었다.


4코스. Threeline Grunt, Green Tomato, Spruce Tips
Threeline grunt(벤자리)는 한국에서도 흔히 먹는 생선이 아니라고 한다. 어부들 사이에서나 익숙하던 생선이 바닷물 온도가 바뀌면서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설명이었다. 참치나 연어처럼 익숙한 생선에만 수요가 몰리는 동안, 맛 좋은 생선들이 조용히 외면받아 왔다는 이야기가 카드에 담겨 있었다. 발효쌀 퓌레와 청토마토 소스, 가문비나무순 오일이 곁들여졌고, 시 그레이프와 브론즈 펜넬로 마무리됐다.
투명한 그릇에 띄워놓은 연못같고, 그 연못에 핀 꽃과도 같았다.


5코스. Striped Jack, Sugar Snap Pea, Sourdough Jang
두 번째 생선 코스는 이 도시를 닮았다는 설명이었다. 훈제한 striped jack에 펜쉘 클램, 크렘 프레슈, 슈가스냅피, 묘가까지 서로 다른 재료가 한 접시에 모였는데, 이 모든 걸 붙잡아주는 건 8년째 담가온 사워도우 장이라고 했다. 개업 초기부터 스팀에 찐 사워도우 빵을 누룩과 섞어 빚고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켜온 소스로, 짠맛보다는 깊이와 구조를 주는 역할이라는 설명이 쓰여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조합이 입에 잘 맞지 않았다. 어떤 재료든 열린 마음으로 맛보자는 생각으로 왔지만, 다섯 번째 코스는 나에게는 가장 힘들게 느껴진 메뉴였다. 맛은 완전히 건강한 채소즙 그 자체였다. 그리고 곁들여진 콩(슈가스냅피)은 텁텁하고 쓴맛이 강했다.
6코스. Kohlrabi, King Crab, Kristal Caviar
이번 시즌 아토믹스와 한국 연구소 커먼에라(Common Era)가 함께 공들여온 재료가 누룩이라고 했다. 곡물에 곰팡이를 배양해 만드는 발효제인데, 균주와 곡물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아토믹스는 쌀에 흰 곰팡이를 키운 누룩을 쓰는데, 은은한 단맛과 버터 향, 견과류 같은 온기가 특징이라고 했다. 콜라비는 페릴라 오일(들기름)과 청장으로, 킹크랩은 마늘과 진장, 피시소스, 블랙트러플로 맛을 냈고, 크리스탈 캐비어가 그 위에 올라갔다.
엄청 맛있었지만 랍스터가 너무 적게 들어가서인지, 랍스터보다는 강한 무 맛이 더 도드라졌던 게 조금 아쉬웠을 뿐.


여기까지가 전반전. 나머지 여섯 코스와 그날의 총평은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