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쉐린 Atomix Chef’s Counter Course 후기 (2) — 전복, 랍스터, 메인, 디저트

예약된 저녁 시간은 8시 45분. 원래라면 아이를 재우며 함께 잠드는 시간이다. 모두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이 시간에 밖에 있어본 게 언제였던가. 처음에는 신기하고 예쁜 음식을 눈으로 보고 씹고 맛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는 저녁 시간에.

7코스. Abalone, Pomegranate, Red Cabbage

카드에는 한국식 중화요리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미국에 오렌지 치킨이 있듯 한국에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같은 한국식 중화요리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 셰프가 90년대에 자라며 배달 음식으로 가장 좋아했던 게 탕수육이었고, 이번 코스는 그 탕수육을 셰프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에 전복 튀김. 아쉽게도 전복의 맛과 식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달고 새콤한 소스가 주인공이었다. 전복에도, 튀김옷에도, 소스에도 짠맛의 간이 거의 없어서 밋밋했다. 익숙한 맛에 새콤함이 조금 더해진 정도. 종종 먹는 돼지고기 탕수육에 비하면 느끼함 없이 담백하긴 했지만, 400불대 미쉐린 식당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맛은 아니었다.

8코스. Golden Eye Snapper, Green Garlic Sujebi, Jimmy Nardello Pepper

카드에는 한국이 삼면이 바다인 나라답게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오래전부터 일상적인 재료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아토믹스의 연구소 Common Era에서 해조류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고, 이번 코스에 쓰인 Seaweed XO도 그 결과물 중 하나라고 했다.

*XO소스는 홍콩에서 유래한, 말린 관자와 새우 등 고급 건어물로 만드는 감칠맛이 강한 조미료인데, 아토믹스에서는 이를 다시마, 미역, 김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곁들여 나온 김치에 고수가 들어가 있었다. 타코나 쌀국수에 들어간 고수는 그러려니 하는데, 김치의 고수는 낯설게 느껴졌다.

9코스. Lobster, White Asparagus, Cheongju

카드에는 셰프가 코펜하겐 Alchemist의 Convergence 행사에 다녀온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다른 셰프들의 철학과 팀 운영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영감을 자신만의 언어로 옮기는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함께 나온 랍스터 젓갈밥은 모두가 만족도 높게 먹은 메뉴였다. 청주 거품에 담긴 랍스터가 자칫 느끼할 수 있어서 매운 젓갈이 올라가 있는 밥 한 수저를 먹고나서야 “이거지” 싶었다. 다만 매운맛이 우리에게도 꽤 매운 편이라 외국인에게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10코스. Squab, Cheongju, Garlic Ganjang Sauce

메인은 비둘기고기(Squab)였다. 오는 버스 안에서 메뉴를 정독하고 비둘기를 먹어봐야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하지만 고급 식자재라는 이야기에 그래도 먹어봐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메인이 나오기 직전 스몰토크 중에 직원에게서 재료 공급 문제로 오리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메일로 사전 안내도 없었고, 식사를 시작할 때도 언급이 없었다. 정식 안내가 아닌 스몰토크 중 나온 말이었다. 당황해서 웃고 넘겼지만, 400불짜리 코스에서 안내 없이 메인이 바뀌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함께 나와야 했던 Squab 비빔 누들도 들기름 막국수로 바뀌어 나왔고, 이 역시 안내는 없었다. 우리야 대화 중에 알았지만 다른 테이블에는 따로 언급이 없는 듯했다.

오리고기는 좀 질겼고 특유의 냄새가 있어 한 조각 먹고 남겼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이기도 했고, 안내 없이 바뀐 메인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불과 두 달 전 MoMA 안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The Modern에 함께 갔던 대리님과, 그곳에서 먹었던 체리 소스를 곁들인 오리 요리를 떠올렸다. 그 오리가 훨씬 맛있었다는 데 둘 다 동의했다.

11코스. Chamoe, Spruce Tips, Blueberry

카드에는 아토믹스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전담 페이스트리 셰프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한국 여름을 상징하는 참외를 중심에 둔 이 디저트가 그 새로운 시작의 첫 접시라고 했다.

투명하게 얇게 썬 참외에 상큼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는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았다. 어떻게 참외로 이런 디저트를 만들었을까. 처음엔 메뉴의 ‘Chamoe’를 읽지 못해 프랑스 요리인가 하고 “샤모이?”라며 이상하게 발음해보다가, 참외라는 걸 알고 한참 웃었다.

다만 요즘 미국에서 양상추부터 베리류까지 기생충 문제가 이슈인 터라, 시기적으로 블루베리가 조금 신경 쓰이는 재료이긴 했다.

12코스. Doraji, Macadamia, Summer Fruit

도라지는 향과 은은한 단맛, 그리고 옅은 쓴맛으로 오래전부터 한국 요리에 쓰여온 재료라는 설명이었다. 이 디저트에서는 여름 과일이 밝고 산뜻한 맛을 주고, 도라지가 그 맛들을 조용히 붙잡아주는 중심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시고 단 자두와 은은한 쓴맛의 도라지의 조화가 잘 어울렸다.

카드와 케이스

여러 가지 예쁜 음식들, 그리고 각 음식을 설명하는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카드가 함께 나왔다. 영어나 단어를 못 알아들을 때도 있는데, 카드로 재료를 알려주는 방식은 큰 장점이자 고급스러움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에는 그 카드 10장을 담아갈 수 있는 민트색 케이스도 나눠줬다.

466불의 한끼 식사를 마치며

전반적으로 맛있었고, 예뻤고, 신기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러나 남편과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한 곳.

젓가락 고르기, 음식 설명 카드 같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분명한 컨셉은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격이 높은 만큼 기대의 기준도 올라가고, 평가가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그 기대에 부합하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평하자면, overpriced.

회사 회식이라 다행이지, 내 돈이었으면 실망이 컸을 것 같다. 메인 메뉴가 안내 없이 바뀐 것, 카드의 이미지와 글이 실제 음식과 맞지 않았던 것은 아쉬웠다.

Chef’s Counter라고 해서 요리하는 모습이나 적어도 플레이팅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실제로는 직원들이 준비된 음식을 트레이에 놓거나 음료를 준비하는 공간에 불과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안팎에서 필요한 것을 살피며 서빙해주는 건 좋았지만, 부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사방에서 지켜보는 느낌에 빨리 먹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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