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골목 안 작은 간판
비행기에서 내려, 렌트카를 픽업하고,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놓고 바로 나왔다. 저녁 10시였다.
미국에서 온 지 겨우 일주일. 시차도 덜 풀렸고, 금요일 퇴근 후 제주까지 날아왔으니 피곤함이 한계치였다. 저녁을 늦게 먹을 것을 예상하고 미리 늦게까지 영업하는 횟집을 찾아 예약해뒀다.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상가도 아니고 조용한 주거지역 골목 안이었다. 입구 옆에 수족관이 놓여 있고, 좁은 골목 안쪽으로 오마카세 간판이 희미하게 빛났다. “우리 제대로 온 거 맞아?” 셋이 서로 눈치를 보며 들어갔다.
꽉 차는 테이블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신*우니한판풀코스> – 인당 11만원. 캐치테이블로 메뉴를 선택해서 예약했다. 자리에 앉아 예약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코스가 시작되었다.
수프로 시작한 코스는, 우리가 아는 여느 오마카세처럼 한 접시씩 나오는 방식이 아니었다. 테이블이 꽉 차도록 한상에 준비되어 나왔다.
나무 트레이 위에 촘촘히 놓인 접시들 — 전복과, 얇게 썰린 광어 위에 성게, 마블링 선명한 참치, 쫄깃한 참돔, 구운 전복, 샐러드, 구운 새우, 해물탕, 탕수육, 새우튀김까지. 회 같이 찬 음식이 지나가면 구이, 탕, 튀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메뉴가 다양하면서 요리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회는 신선하고 쫄깃하며, 우니는 고소하면서 살살 녹았다. 그리고 탕수육은 중국집에서 먹는 것 같은 맛이었다.
달러로 따지면 약 $80 — 당시 환율 1,450원 기준. 이 가격에 이만큼 신선하고 양도 많은 회를 먹을 수 있다니, 제주에서의 첫 끼는 성공이었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속도가 확 느려졌다. 피곤함이 몰려와 숟가락이 무거웠다. 그래도 모든 요리가 맛있어서 조금씩은 다 먹어보려고 버텼다. 다 맛봤다 싶을 즈음 결제를 하려는데, 사장님이 “아직 새우튀김이 남았어요”라고 하셨다. 평소라면 절대 안 남겼겠지만, 이날은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포장 부탁드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