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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출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가지말라는 것 같았다. 엉망진창.
1. 택시가 오지 않았다
이번 출장은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새벽 4시 30분으로 예약한 한인택시는 오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구글 검색을 잘 못해서 원래 예약하던 <한마음>이 아닌 <하모니> 택시였는데 끝까지 연락은 안 왔다.
부랴부랴 우버를 불렀는데 5분만에 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이 새벽에 택시가 안 올까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최악의 상황에는 남편.. 카드를 쓰자고 잠시나마 생각했었다.
2. 영주권을 가져오지 않았다
새벽 5시, 회사에서 팀장님을 만나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체크인했냐고 물으셨다. 아! 체크인.. 하려는데 영주권을 안 가져왔다.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고속도로 들어가기 전이라 기사님께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우버 앱으로 공항 전 종착지를 우리 집으로 추가했다.
남편에게는 전화해서 영주권 좀.. 어디있는지 찾아달라고 했다. 나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당연히 여권 안에 껴있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집에서 남편에게 영주권을 받아들고 다시 공항으로 갔다.
나중에 들었는데 남편은 잔뜩 뭐라 할 생각으로 영주권을 들고 서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열린 쪽 창문은 팀장님이 계셨고 너무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저 잘 다녀오라는 인사뿐.
3. 계속되는 지연
뉴어크 공항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빠르게 수속을 밟았고 문제 없이 달라스로 향했다.
달라스가 문제였다. 계속 비행기가 오지 않아 지연되었다. 이번 출장은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으로 뉴어크-달라스-몬테레이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3시간 지연이 공지되자 우선 우리는 커스터머 서비스 센터에서 40분 정도를 줄을 서서 기다려 라운지 무료 이용 가능여부를 문의 했고 그들은 안 된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70불을 내면 이용 가능하다는 말은 한 번 더 들었을 뿐. 원래대로라면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
중요한 보고가 있던 팀장님이 조용한 곳이 있는지 물었지만 없었다. 그냥 공항의자에 앉아 화상회의를 하셨다.
4시간이 지나서야 탈 수 있었다. 타고나서 30분-1시간 사이 나는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아직도 출발하지 않은 상태였다. Miscommunication으로 승객들을 태웠지만 비행기 결함으로 다시 다 나가라 했고 사후 안내가 있을 예정이니 지정된 게이트 근처에 있으라 했다.
4. 그 날, 달라스에서 비행기는 뜨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린지 20분도 되지 않아 근처 커스터머 서비스 (24번 게이트)에 가서 호텔과 푸드 바우처를 받으라는 공지가 흘러나왔다.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을 기다려서 받은 호텔과 푸드 바우처. 호텔은 공항 안에 있는 하얏트이길 바랬지만 외곽의 (차 타고 10-15분) Inn 이었다. 그랜드 하얏트와 리젠시 둘 다 공항 안에 있던데 비싸긴 했다. 호텔 배정은 다양했다. Holilday Inn, Hampton Inn, Hyatt place 등. 우리는 들어본 적도 없는 Wingate 라는 호텔을 배정 받았다. 공항에서 차로 5-10분 거리.
푸드 바우처는 고작 12불이었다. 12불로 먹을 수 있다고? 그리고 해당 바우처는 스타벅스 사용은 불가했다. 물가 상승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었다. 장시간의 기다림과 어이없는 푸드바우처 금액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우리는 공항을 나와 Courtesy Van을 기다렸다. 20분 기다리고 나서 호텔에 전화했더니 20분 안에 도착할거라 했다. 총 40분을 기다렸다. 오후에도 달라스는 덥고 습했다.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상상했던 호텔과는 달리 깨끗한 편이여서 바퀴벌레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특유의 향이 났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 날, 몬테레이 호텔에서 짐을 풀며 잠옷에 냄새가 베어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새벽 4시반에 집에서 나온게 의미가 없던 하루였다. 뉴저지 시간 새벽 5시부터 달라스 시간 9시까지 공항에 있었으니 (뉴저지 시간 오후 10시), 꼬박 15시간을 공항과 비행기에 쓴 샘.
그 날 달라스에서 몬테레이행은 그 비행기 밖에 없어서 비행기편을 바꿀 수도 없었고 같은 텍사스지만 휴스턴 공항까지는 차로 무려 3시간이나 걸려 시도 해볼 생각도 못했다.
팀장님의 ‘빵이 지겹다’, ‘다시는 달라스 경유하는 비행기 사지 말자’ 불평불만을 들으며 귓구멍으로 흘려버렸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ㅎㅎㅎ) 안 그러면 나만 피곤해진다.
4시간 기다리고 나서 AA 커스터머 서비스에 컴플레인을 메일을 보내면서 Compensation이 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당일 저녁에 답변이 왔다. “Thank you for your claim”
동문서답이야 뭐야.
클레임은 안 하기로 했다. 귀찮아. 내가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이상한 하루였다. 나는 출장에 한 번도 영주권이나 여권을 안 가져가는 실수를 저지른 적도 없었고 택시가 안 온 적도 없었는데, 거기다 비행기 취소된 적은 더더욱이 없었는데, 이건 모두가 가지말라는 신호 같았다. 그래서 안 가길 다행인 것 같았다. 좋게 생각하자.🤔
5. Uber Eats가 음료 6병을 가져다줬다
오전 오후 고작해야 커피 두 잔과 빵 두 조각 먹은 나는 우버잇츠로 치폴레에서 브리또 두개와 음료 2개 주문했다. 혼자 먹을까하다가 법인카드 사용내용 승인자는 팀장님이시니까.. 옆 방의 팀장님도 챙겨야겠다.
근데 이게 왠걸. 음료가 인당 세개씩 총 6병이 왔다. 주문서를 다시 살펴보니 브리또와 함께 각 1병씩 주문되어있었고 그걸 못 보고 내가 각 1병씩 또 주문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병은 모르겠다.. 2+1 프로모션이가보다.
6. 다음 날에는 무사히 도착했다
다음날 8시 반, 호텔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으며 차질없이 오전 11시 비행기에 이륙했다.
나는 쇼핑도 했다. 원래 출장이 끝날 때 나에게 수고했다며 사주려 했지만.. 일단 근처에 매장이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사기로 했다. 샤넬 립앤치크 2호 헬시핑크를 샀다. 거의 다 써가고 있는 3호 바이탈 베이쥬도 같이 사려했지만 품절이었다. 2번은 나같이 어두운 입술에는 연한 색이었지만 볼터치는 미쳤다. 은은하고 연하고 여리여리한 핑크.
오후 1시 반, 몬테레이에 도착한 우리는 입국심사가 끝나자마자 곧장 공장으로 향했다. 법인에서 한식으로 나오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