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 대한항공 기내식 후기

한국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늘 이상하게 마음을 바쁘게 만든다. 여행이나 출장이 끝났다는 아쉬움, 부모님과 더 잘 보내지 못했다는 후회,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이번에는 2주 동안 딸을 보지 못한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이 처음이라, 집에 가까워질수록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창밖으로 구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정말 한국을 떠나는구나 싶다. 비행기 창밖은 조용하고 예쁜데, 나는 괜히 분주해진다. 짐은 잘 챙겼는지, 돌아가면 바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시차 적응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떠오른다.

그래도 장거리 비행에서 나에게 작은 즐거움이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푹 잘 수 있는 시간과 기내식이다. 이번 한국에서 뉴욕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에서도 식사는 두 번 나왔다.

낙지 제육볶음과 맥주

첫 번째 식사는 낙지 제육볶음이었다.

트레이에는 메인 식사 외에도 샐러드, 미역국, 반찬, 두부, 과자, 맥주까지 꽤 알차게 올라왔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아무래도 한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기내식이겠지 싶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밥과 빨간 양념의 볶음 메뉴가 꽤 든든해 보였다.

깻잎, 양파, 오이, 양상추 같은 채소도 함께 들어 있어 기내식에서 부족하기 쉬운 신선한 느낌을 조금 채워줬다. 매콤한 양념 덕분에 입맛도 돌았다. 장거리 비행 중에는 입맛이 애매해질 때가 많은데, 역시 한식 메뉴는 그럴 때 가장 무난하게 잘 들어간다.

함께 나온 미역국도 반가웠다. 기내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지 뜨끈한 국이나 물을 자주 찾게 되는데, 미역국이 낙지 제육볶음의 매운맛도 살짝 눌러주었다.

이번 식사에는 블루문 맥주도 같이 마셨다. 평소에는 비행기 안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이번에는 푹 자고 싶어서 조금 마셨다. 2주 동안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14시간 비행 동안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꽉 채워 잤다.

같이 나온 케이크와 오란다는 그저 그랬다. 특히 오란다를 보니 제주도 로컬 시장에서 갓 만들어 팔던 오란다를 사 오지 않은 게 뒤늦게 아쉬웠다. 딱딱하지 않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했던 오란다. 그때는 고작 5천 원, 1만 원이 뭐가 아깝다고 그냥 지나쳤을까 싶었다. 미국에 돌아오면 못 먹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한국에 있을 때는 그걸 자꾸 잊는다.

아침식사, 죽

두 번째 식사는 도착 전 아침 식사였다. 보통 장거리 비행 아침 메뉴로는 오믈렛 같은 서양식 메뉴가 자주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오믈렛보다 죽이 훨씬 좋다.

트레이에는 따뜻한 죽, 물, 과일, 단무지 같은 반찬, 그리고 작은 간식과 식기가 함께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아침으로 죽을 먹으니 속이 훨씬 편했다. 장시간 앉아 있고, 몸이 붓고 피곤한 상태에서는 무거운 아침보다 부드러운 죽이 더 잘 맞는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기내에서 먹기에는 이만한 메뉴가 없는 것 같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속 편한 메뉴가 최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