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레고랜드 (LEGOLAND New York) #3. Miniland, 레고로 떠나는 미국 여행

레고랜드의 미니랜드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유명한 건물 몇 개를 작게 만들어 놓은 정도가 아니라, 도시의 분위기와 거리 풍경까지 레고로 재현해 둔 공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남편과 함께 여행했던 미국의 도시들도 미니랜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레고로 만든 작은 건물들을 보며 “여기 갔었지”, “이거 기억난다” 하다 보니 오래전 여행의 장면들이 아름아름 떠올랐다.

헐리우드

헐리우드 구역에는 언덕 위에 LEGOWOOD라고 적혀 있고, 아래에는 마담 투소, 영화관, 거리 풍경이 작게 꾸며져 있었다. 실제 헐리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간판과 건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레고로 만든 도시인데도 영화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헐리우드 미니랜드 앞에는 영화감독의 마이크처럼 생긴 장치가 서 있었다. 그곳의 버튼을 누르면 바로 앞 영화 세트장에서 레고 미니피겨들이 움직이며 짧은 영화 장면이 연출된다. 우리 딸은 이 버튼을 누르고, 또 누르고, 한참 동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미니랜드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 중 하나였다.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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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O Architecture San Francisco (21043)
골든 게이트 브릿지,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 등 샌프란시스코 랜드마크를 담은 아키텍처 시리즈. Miniland에서 봤던 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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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시를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남편과 결혼 전 함께 여행했던 곳 중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니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 구역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그때의 여행 장면이 떠올랐다. 빨간색 금문교, 아기자기하게 축소된 언덕의 집들,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트램, 구불구불한 도로, 차이나타운, 그리고 Pier 39에 누워 있던 바다사자들까지. 작은 레고 장면 하나하나에 내가 기억하는 샌프란시스코를 대입해 보게 된다.

언젠가는 딸과 함께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그때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된다면, 브런치를 먹으러 Mama’s는 꼭 다시 가야지.

라스베이거스

아직 실제로 가보지 않은 라스베이거스 구역은 화려했다. 베네시안 호텔, 관람차, 높은 타워, 호텔 건물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실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특히 베네시안 호텔과 다리, 물길을 표현해 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레고로 만든 건물인데도 창문과 아치, 지붕 색감까지 꽤 정교했다. 옆에는 관람차와 버스, 자동차, 작은 사람들까지 있어서 도시가 멈춰 있는 모형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있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닮은 룩소 호텔도 있었다. 처음 보면 “왜 미국 미니랜드에 피라미드가 있지?” 싶지만, 실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있는 호텔을 재현한 것이다.

사막과 서부 풍경

미니랜드 안에는 도시뿐 아니라 사막과 서부 분위기의 공간도 있었다. 붉은 바위와 도로, 작은 자동차, 표지판들이 함께 놓여 있어 미국 서부 로드트립 같은 느낌이 났다. 정확히 어느 한 장소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랜드 캐니언이나 애리조나의 붉은 암석 지대,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지는 미국 남서부 풍경을 한데 모아 둔 듯했다.

중간에는 물이 흐르는 협곡도 있었고, 작은 보트와 자동차, 여행자처럼 보이는 미니피겨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아이는 작은 사람들과 자동차를 찾느라 바빴고, 나는 붉은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보며 우리 가족이 언젠가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할 기회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러시모어 산, 노래하는 대통령들

사우스다코타의 유명한 랜드마크인 러시모어 산도 보인다. 워싱턴, 제퍼슨, 루스벨트, 링컨의 얼굴이 레고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대통령들의 입 부분이 움직이면서 미국 민요를 부른다.

미니랜드에는 이렇게 움직이고 소리 나는 장면들이 중간중간 숨어 있다. 작은 소리와 움직임이 더해지면 아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에 머문다. 우리 딸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미국 중부

러시모어 산 옆쪽으로는 텍사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구역도 있었다. The TX-XL이라는 간판이 달려있는 노란색 건물 주변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미니피겨들과 작은 무대, 커다란 카우보이 부츠와 소, 길 건너에는 Wigwam Motel이라고 적힌 천막 모양의 숙소도 있었다. 이런 요소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텍사스의 이미지를 작고 귀엽게 표현한 듯했다. 그리고 요즘 나온 사이버 트럭까지 디테일하게 들어가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텍사스 옆은, 뉴올리언스의 세인트 루이스 대성당이었다. 안내판을 보니 이 성당은 미니랜드 버전으로 만들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레고 브릭이 들어갔다고 한다.

뉴올리언스 구역은 텍사스 쪽과 달리 조금 더 차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성당 앞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고, 주변에는 작은 카페와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건물만 덩그러니 세워 둔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까지 표현되어 있어서 그곳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워싱턴 D.C.

워싱턴 D.C.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인 건 미국 국회의사당이었다. 둥근 돔과 계단,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까지 작게 표현되어 있었다. 레고로 만든 건물인데도 실제 워싱턴 D.C.에서 봤던 웅장하고 반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전체적인 배치도 인상적이었다. 국회의사당에서 전쟁기념비, 워싱턴 모뉴먼트, 링컨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실제 도시의 흐름이 재현되어 있었다. 우리가 가본 곳이라 더 재미있었다. “이 위치가 맞네”, “이렇게 이어져 있었지” 하며 실제 워싱턴 D.C.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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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O Architecture United States Capitol Building (21030)
Miniland에서 봤던 그 건물. 미국 국회의사당을 1,032개 브릭으로 재현한 아키텍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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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랜드에서 못 본 뉴욕은 다음 기회에

아쉬웠던 건 뉴욕 구역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놀이기구를 더 타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장 위쪽에 있는 뉴욕 미니랜드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2일차 티켓이 있다. 1일 입장권 가격으로 2일 입장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이용했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꼭 뉴욕 구역부터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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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O Architecture New York City (21066)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등 뉴욕 스카이라인을 담은 아키텍처 시리즈. 18세 이상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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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랜드는 실제로 가본 곳일수록 더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아는 도시가 나오면 “여기가 이거구나” 하고 찾게 되고, 그때의 여행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처음에는 미니어처가 뭐가 재미있을까 생각했는데,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르며 짧은 미국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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