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5층에서 만난 피카소(Pablo Picasso), Les Demoiselles d’Avignon (아비뇽의 처녀들)

이 포스팅에는 아마존 제휴 링크가 포함되어 있으며, 구매 시 소정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As an Amazon Associate I earn from qualifying purchases.

동네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MoMA 멤버십으로 입장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장 꼭대기 층인 5층으로 올라갔다. 늘상 아이와 함께오면 2층부터 시작했는데, 5층까지 올라온 적이 없다. 혼자인 오늘, 꼭대기층에서부터 여유롭게 감상하기로 한다. 

MoMA 5층은 피카소, 반고흐, 마티스, 모네가 모여 있는 층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역시 피카소의 Les Demoiselles d’Avignon,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지금 이 작품은 단독 전시 형태로 걸려있다. 502번 갤러리, The Blanchette Hooker Rockefeller Gallery.

작품 앞에는 긴 의자가 놓여있어서 잠시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평일이어도 사람들 많았지만 다행히 앉을 자리가 있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앉아 그림에 대해서 검색해보고 설명을 읽은 다음 다시 그림을 감상했다.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다섯 명의 여인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두 명은 그나마 사람처럼 생겼는데, 오른쪽으로 갈수록 얼굴이 기하학적으로 부서지고 뒤틀린다. 특히 오른쪽 아래 웅크린 인물은 등을 보이면서도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현실적이지 않은 불가능한 자세다.

얼굴이 동시에 앞과 옆에서 보인다. 몸이 비틀려 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연결이 안 된다. 아름다움 대신 날카롭고 각진 형태다. 거기다 제목이 “아비뇽의 처녀들” — 당시 바르셀로나 홍등가 여성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소재도, 형식도, 미학도 전부 금기였다.
처음 본 친구들(마티스, 브라크 등)조차 “미쳤냐”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1907년 당시 그림이란 원근법이 있고, 해부학적으로 맞아야 하고, 보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껴야 했다. 르네상스 이후 400년간 이어온 규칙이었다. 그런데 피카소는 그걸 한 번에 다 무너뜨렸다.
1907년 파리 스튜디오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주변 반응은 충격에 가까웠다고 한다. 피카소는 완성 후 거의 9년 동안 이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 그림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은 20세기 미술사를 바꾼 작품으로 불리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큐비즘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 실제로는 한 시점에서만 본다. 앞에서 보면 앞만, 옆에서 보면 옆만 보인다. 근데 머릿속에서는 그 사물의 앞면, 옆면, 위면을 동시에 알고 있다.
큐비즘은 그걸 그림으로 표현하려 한 거다. 한 시점에서 보이는 것만 그리는 게 아니라, 여러 시점에서 본 것을 동시에 한 화면에 펼쳐놓는다. 그래서 얼굴이 정면이면서 옆면이고, 몸이 앞을 향하면서 뒤를 보인다.
이게 회화의 개념 자체를 바꿨다. “그림은 현실을 베끼는 것”이라는 전제를 버리고 “그림은 인식을 표현하는 것”으로 전환한 거니까.
큐비즘은 피카소뿐만 아니라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또한 언급된다. 둘은 1908년부터 거의 매일 만나며 서로의 실험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된 그림이 바로 아비뇽의 처녀들이었다.

피카소가 날카롭고 충격적인 형태 해체를 했다면, 브라크는 더 차분하고 중성적인 색조로 큐비즘을 발전시켰다. 갈색, 회색, 베이지 계열이 많고 형태가 조각조각 겹쳐 쌓이는 느낌이다. 

Georges Braque, MoMA
Georges Braque, Road near L'Estaque (1908)
Georges Braque, MoMA
Georges Braque, Man with a Guitar (1911–12)
Georges Braque, MoMA
Georges Braque, Homage to J. S. Bach (1911–12)
Georges Braque, MoMA
Georges Braque, Still Life with Tenora (1913)
그의 작품은 MoMA 5층의 503 The Alfred H. Barr, Jr. Galleries 에서 만날 수 있다.(직접 찍은 사진은 없어서 공홈의 링크를 첨부한다)

습작들 — 완성 직전과 직후의 피카소

아래는 아비뇽의 처녀들 전후 시기의 피카소 습작들이다. 왼쪽은 인물의 형태가 아직 사실적이고, 오른쪽은 이미 해체가 시작됐다.
습작들을 보면 피카소가 어떻게 형태를 해체해나갔는지 그 흐름이 보인다. 왼쪽 그림은 아직 인물의 형태가 남아있다. 얼굴이 있고, 몸이 있고, 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윤곽이 무너지고 각도가 여러 방향으로 쪼개진다. 완성작과 나란히 놓고 보면 피카소가 얼마나 의도적으로 이 해체를 밀어붙였는지 느껴진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