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MoMA 옆에 있는 The Modern으로 맨해튼 나들이를 했던 우리들은 아이들 없이 우리만의 공감대인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레스토랑 위크에 조금 더 저렴하게 다녀오기 위해 식당을 알아보던 중, The Modern도 우리가 다녀온 코스요리를 3개에서 2개로 줄이면서 반 값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레스토랑 위크라는 좋은 옵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점심으로 예약하려고 보니 우리가 가고 싶었던 오마카세는 보통 저녁만 운영해서 양식으로 정했고, 새로 가보는 프렌치 레스토랑 Jacques Brasserie를 찾아냈다.
Jacques Brasserie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안쪽, 85번가에 자리한 작은 프랑스 식당이다. 안쪽 바에는 와인 병이 가득 진열돼 있었고, 양철 천장과 은은한 펜던트 조명, 빨간 가죽 바스툴이 어우러져 있었다. 뉴욕 한복판이지만 파리의 오래된 비스트로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였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
뉴욕 레스토랑 위크는 뉴욕시 관광청이 주관하는 행사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열린다. 참여 식당들이 정해진 가격에 프리픽스 런치와 디너 코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식당을 조금 더 부담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번 여름 시즌은 7월 20일부터 8월 16일까지였다. 식당마다 참여 기간이나 제공하는 메뉴가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Jacques Brasserie의 레스토랑 위크 점심은 $45에 3코스였다. 음료와 세금, 팁은 별도다. 지난번 The Modern에서 먹었던 $150짜리 점심과 비교하면 눈으로 즐기는 재미는 조금 덜할 수 있지만, 음식 맛만큼은 전혀 뒤지지 않았다.
에피타이저
스타터는 오늘의 수프, Jardinette 샐러드, 에스카르고 중에서 고를 수 있었다. 오늘의 수프는 더워서 패스하고, 샐러드 2개와 에스카르고 2개를 주문했다.



샐러드에는 비트, 래디시, 오이, 방울토마토, 프리제 같은 신선한 채소가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사이사이 들어 있는 달콤한 포도와 같이 먹으니 채소도 꿀맛! 레드와인 드레싱이 곁들여져 색도 화려하고 맛도 산뜻했다. 양이 많아서 하나만 주문해도 충분했겠다 싶었다. 메인으로 햄버거를 주문하면 샐러드가 또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에스카르고는 나는 먹어본 적이 있지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은 처음이라 끝까지 망설인 메뉴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모든 메뉴를 먹어보자 하고 시켰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었다. 마늘과 버터, 파슬리로 맛을 낸 소스가 진해서, 낯선 달팽이 요리라기보다 소라나 골뱅이 식감 같아서 친근했다. 소스가 넉넉하게 나와서 바게트로 그릇을 싹싹 긁어먹다가, 빵으로 배가 찰 것 같아서 멈췄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스타터는 다 같이 에스카르고로 주문할 것 같다.
메인 : 연어, 햄버거, 그리고 홍합찜
메인도 세 가지를 모두 주문했다. 햄버거는 양이 적을까 싶어 두 접시를 시켰는데, 곧 후회했다. 블루치즈가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어는 옥수수 퓌레와 초록빛 허브 에멀전 위에 Sauce Vierge를 곁들여 나왔다. 접시 위에는 잘게 썬 옥수수와 토마토도 올려져 있었다.
Sauce Vierge는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다진 토마토, 바질 등을 넣어 만드는 프랑스식 소스다. 처음 먹어보는 소스였는데, 산뜻하면서도 단맛과 짠맛이 함께 느껴지면서 연어와 정말 잘 어울렸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연어를 선택할 것 같다.

햄버거에는 블루치즈와 사과,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이 들어 있었다. 조합 자체는 독특했지만 블루치즈 특유의 풍미가 우리 입맛에는 강하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한두 입씩만 먹었고, 양도 워낙 많아서 한 세트는 포장해 집으로 가져왔다.

홍합은 샤르도네와 마늘, 파슬리를 넣은 클래식한 마리니에르 스타일이었다. 익숙하면서도 무난한 맛이라 홍합을 하나씩 열심히 먹고, 남은 국물에는 빵을 찍어 먹었다. 그런데 에스카르고 소스가 워낙 인상적이었던 탓인지 홍합 국물보다 에스카르고 소스에 빵을 찍어 먹는 데 더 열심이었다.
곁들여 나온 감자튀김도 빼놓을 수 없었다. 얇고 바삭하게 튀겨져 나와 계속 손이 갔다. 먹으면서 트러플 소스만 뿌려 먹으면 더 맛있겠다! 싶긴했다.

디저트까지 꽉 채운 코스
디저트는 크렘 브륄레, 발로나 초콜릿 무스, 젤라토 또는 소르베 중에서 고를 수 있었다.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서 세 사람은 크렘 브륄레, 한 사람은 망고 소르베를 주문해 한입씩 나눠 먹었다.
크렘 브륄레는 윗면이 바삭하게 캐러멜라이즈돼 있었다. 녹차 아이스크림 한 덩이만 올라가 있었다면 완벽했겠다 싶은 소소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달달함으로 끝낼 수 있었던.


전체적으로 코스마다 양이 넉넉했다. 네 명이 스타터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먹었는데도 남길 정도였으니 양이 적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모든 메뉴가 입맛에 맞았던 것은 아니다. 햄버거의 블루치즈는 조금 아쉬웠다. 무엇이 들어가는지 미리 잘 보고 골랐어야 했다. 반면 에스카르고와 연어는 다시 먹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특히 에스카르고 소스에 바게트를 찍어 먹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 안쪽의 조용한 프랑스 식당에서 오랜만에 여유롭게 점심을 즐겼다. 평소라면 선뜻 예약하지 않았을 식당이지만, 레스토랑 위크 덕분에 부담을 조금 덜고 새로운 곳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