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뉴욕공립도서관, Stavros Niarchos Foundation Library (SNFL)

본관에서 나눠주는 지도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근처 건물에 있다고 알려준다. 본관에서 지루해하던 아이와 함께 어린이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관을 나와 5번가를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 재단 도서관(SNFL)이 있다. 원래 1915년 문을 연 백화점 건물이었고, 한동안 Mid-Manhattan Library로 쓰이다가 몇 년 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이름에 들어간 니아르코스(Niarchos)는 그리스 선박왕 집안이다. 이 재단이 거액을 기부하면서 도서관 전체가 새로 지어졌고, 그중 한 층을 통째로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NYPL 역사에서 손꼽히는 큰 규모의 기부였다는 설명을 보니, 이 공간에 들인 공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재단의 방향성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도서관과 공공 공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 아테네에도 이 재단이 지은 문화센터 안에 그리스 국립도서관이 새로 이전해 들어섰다.

책만 있는 곳이 아닌 문화생활공간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본관은 박물관이나 유서 깊은 대학교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익숙한 요즘 도서관이다. 크고 현대적이며 잘 정리되어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1000피스가 넘는 조각 퍼즐들이 눈에 띈다. 딸은 보자마자 좋아하는 퍼즐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첫 번째 퍼즐 자리, 바다 위에 놓인 다리 그림이었다. 온통 같은 색인 바다 조각만 남아 있는 걸 보니, 다른 사람들이 왜 여기서 포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1층 벽에 걸린 안내판을 보면 다양한 언어로 다양한 활동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 책만 읽는 도서관이라기보다 문화센터에 가깝다. 우리 동네 도서관도 책과 언어, 활동의 종류가 다양하고 박물관 패스 같은 문화생활 지원도 하고 있지만, 맨해튼의 규모와 다양성 앞에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센터는 내려가세요

지하로 내려가면 어린이 도서관과 청소년 센터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고, 책 종류도 다양하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하나씩 골라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계속 걸어 다니게 되는 맨해튼에서, 잠시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무료 공간이라는 게 반가웠다.

다만 내가 못 찾은 걸 수도 있지만, 프린스턴이나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있던 한국어 책이 여기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찾아보니 SNFL 2층부터 4층까지는 세계어 도서 서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어린이 코너가 아니라 위층에 있었을 수도 있겠다.

책을 읽어주다 보니, 이제 점점 영어 실력이 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면 나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제 오는 9월이면 학교도 다니니, 조만간 스스로 책을 읽게 되면 나도 어른 책을 읽을 시간이 생기려나. 그럼 그것대로 좋겠다.

어린이를 위한 뉴욕시티에서 하루 보내기 (+무료)

뉴저지에 살고 워킹맘이다 보니 맨해튼에 나올 기회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아이와 단둘이 나와 어린이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근처 브라이언트 파크에 셋팅된 뉴욕시에서 제공하는 활동까지 즐기면 하루를 꽉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도시락과 간식을 싸 와 공원에서 먹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보드게임까지 하면 돈 들이지 않고도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듯하다.

다음엔 도서관에서 열리는 스토리타임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시간대별로 다른 나라 말로 진행되는 스토리타임이 있다고 하니, 언젠가 한국어로 된 시간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찾아봐야겠다. 지하 어린이 도서관에는 따로 없었는데, 위층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좀 더 둘러봐야지.

그리고 이 건물 꼭대기에는 미드타운 전망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루프탑 테라스가 있다고 한다. 야외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좌석이 선착순이라 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하니, 여유 있을 것 같은 주중 오전즈음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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