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실사는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그 큰 공장과 창고들을 걸어 다니다 보니 그날 꼬박 2만 보를 찍었다. 점심시간에 치폴레를 먹은 30~40분을 빼고는 계속 걷고, 세고, 또 걸었다. 대신 예상보다는 일찍 끝났다. 3시 30분에 실사 마감, 4시 30분에 보고 완료. 끝!
클락스빌에서 내슈빌로
이제 내슈빌로 간다. 저녁을 먹고 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 할 예정이다. 클락스빌에서 내슈빌까지는 차로 40분에서 1시간 거리. 우리는 이동하는 내내 도착해서 갈 식당을 검색했다. 네 명의 입맛을 맞추려니 일식, 지중해식, 이것저것 다 봐야 했다.
내슈빌 시내에 도착할 즈음 차가 막히기 시작했고, 고층 건물들 사이로 뾰족한 첨탑 두 개가 달린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이 건물이 그 유명한 배트맨 빌딩이다. 정식 이름은 333 Commerce, 원래는 AT&T 빌딩이었다. 1994년에 완공됐고 617피트, 33층 규모로 테네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첨탑 두 개가 배트맨 가면의 귀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식당을 가는 길에 내슈빌의 고층 건물들과 자꾸 멀어지는 게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예쁘고 고급스러운 식당들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 사람들도 많았는데,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핫플레이스인가보다 싶어 안심됐다.
이 지역은 웨지우드-휴스턴(Wedgewood-Houston), 줄여서 WeHo라고 부른다. 원래 공장 지대였다가 지금은 갤러리와 식당이 들어선 곳으로, 콘크리트와 노출 배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실제로 젊은 백인들이 많았고, 뜬금없이 에르메스 매장도 하나 있었다.
식당 앞 스트릿파킹을 할 수 있고, 공용 주차장도 많다.



식당 고르기
우리의 1, 2순위였던 Momotaro와 Sushi Row는 모두 만석이었다. 금요일 밤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온라인 예약도 마감이었고,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놨지만 연락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고른 곳은 식당가에서 도보 13분 떨어진 Maru WeHo였다. 구글 평 4.9로 꽤 높았다.
마루는 작은 플라자 안에 있어서, 식당가와 달리 무료 주차장이 있었다. 그리고 기다림 없이 바로 테이블을 배정받았다.
매장은 크고 넓었고 모던했고 청결했다. 식당 안에 사람들도 꽤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도 많았다.


메뉴판을 보니 한국인이 하는 일식집이 아닐까 싶었다. 불고기와 돌솥비빔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마루는 내슈빌에 네 곳 있는 로컬 체인이었고, 스스로를 모던 한식당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
처음 나온 건 우동이었는데, 달았다. 함께 나온 새우튀김은 그냥저냥.
카르파초 Carpaccio ($19)
카르파초는 옐로우테일에 할라피뇨를 올린 것. 회도 신선하고, 느끼함은 할라피뇨가 잡아준다.

7 PC 스시 콤보 7 pc Sushi Combo ($30)
셰프가 고른 니기리 일곱 점에 스파이시 튜나 롤이 곁들여 나온다.
사시미와 스시는 나름 고급스러웠다. 와사비가 시판이 아니라 직접 간 것을 보고 알았다. 밥은 적고 회는 두꺼웠는데, 씹으면 쫄깃했다. 회 맛집이네, 하고 넷이 말했다. 구글 리뷰에도 회와 초밥에 대한 칭찬이 많았는데, 정말 그럴 만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면서 맛있었다.


사시미 콤보 Sashimi Combo ($25)
사시미 콤보는 세 종류.

더 캡틴스 시크릿 The Captain’s Secret ($18)
시그니처 롤로는 캡틴 시크릿($18)을 시켰다. 새우튀김과 스파이시 크랩 위에 아보카도, 칠리소스에 재운 참치 살, 파, 어란, 폰즈와 장어소스가 올라간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갔던 뉴저지의 오키나미나 서울역 잉꼬만큼은 아니다. 다만 남부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회를 내준다면 충분히 추천할만하다.
여기는 우리의 1차. 사실 굉장히 적게 먹은 편인데도 약간의 배부름을 느끼며 일어났다. 호텔에 체크인한 뒤 우리는 다음 저녁을 먹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