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출장준비
주말 내내 조금씩 출장 짐을 꾸렸다. 5박 6일동안의 옷, 화장품 샘플들, 치약과 칫솔, 충전기와 미니 가습기까지 챙겼다. 일요일에는 주중 5일동안 딸이 먹을 식단을 정하고 반찬을 만들어놨다. 김치부친개 반죽, 참깨양배추옥수수 샐러드, 멸치볶음, 돈가스, 버섯 볶음 등. 출장 당일에는 아침 일찍이 오이, 시금치, 계란과 치즈를 말은 꼬마김밥을 만들었다.
작년 이맘때 다녀오셨던 분들께서 ‘내내 추웠어’ 라고 말씀하시기에 가을-겨울 옷으로 짐을 챙겨놨었다. 하지만 막상 지난 주에 같은 곳을 다녀오셨던 분들이 ‘생각보다 춥지 않았어’라는 말에 그제서야 몬테레이 날씨를 확인해보니 가을 날씨였다.
오전출근이었던 출장 당일, 점심시간 되기 30분 전 퇴근을 했다. 이미 싸놓은 러기지를 열어 스웨터는 빼고 얇은 긴팔을 챙겼다. 잊었던 충전기들도 넣었다. 정신이 없었는지 핸드폰도 집에 두고왔었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가 집 앞으로 오기까지 40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잊은 건 없나 짐을 다시 점검했다. 출장시 없으면 안 되는 건 여권, 영주권, 핸드폰, 지갑, 랩탑과 충전기들.
그러면서 딸아이와 Monkeys jumping on the bed (요즘 꽂힌) 인형 놀이를 한 여섯 번을 반복하고 왔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보내다가 택시 기사님의 전화에 딸아이와 여러번 포옹을 하며 헤어졌다. 엄마 다섯번 자면 올거야..
나에게 출장은 ‘출장 보고서’라는 성과를 가져와야하는 부담이면서 나의 일에 완전 집중할 수있는 시간이기도하다. 한편으로는 엄마로의 일상에 지친 나에게 조금의 쉼이기도 하다. 그래봤자 근무 후 호텔로 돌아와서의 짧은 저녁시간 뿐이지만. 퇴근하고 와서 아이를 샤워시킬 필요도 없고 놀아줄 필요도 없고 재울 필요도 없는 시간들.
엄마로서 일주일동안 이이의 곁에 있어 줄 수 없고 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한켠에 존재한다. 그건 ‘나에게도 해야할 일이 있어’라며 상쇄시키려하지만, ‘엄마’라는 자리는 가볍게 털어낼 수 있지 않다.
크리스마스 전 주에 출장가기
출장 스케쥴이 나오자마자 비행기표를 알아보는데 뉴욕에서 몬테레이 직항이 $4,000불이었다. 아마 12월은 휴일이 많고 크리스마스 근처라서 그런 것 같다. 평소에는 왕복 $900-$1,200불이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닌데.. 임직원이 $4,000불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정책은 없다.
원스탑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뉴저지 뉴왁공항에서 텍사스 휴스턴까지 4시간 비행 후 1시간 30분만에 환승하여 휴스턴에서 멕시코 몬테레이까지 1시간 반 비행이었다. 텍사스 휴스턴으로의 비행기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했고 내려서 15분 정도 걸으면 멕시코 몬테레이로 가는 비행기 게이트가 나오기에 환승시간에는 부담이 없었다.
비행 2주 전에야 비행기표를 구매했기 때문에 좌석도 뒷쪽이었다. 환승을 해야해서 체크인시에 좌석변경을 시도했지만 오늘의 비행기는 모두 만석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복도쪽에 앉을 수 있었지만 팀장님은 중간 자리였다.
출장 가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아 (Feat. 에어팟맥스)
유일하게 혼자 될 수 있는 출장 가는 비행기 안.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좋아하는 스키니브라운 노래를 듣고, 미리 다운 받아온 무엇이들 물어보살과 ‘잠’이라는 영화를 봤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본 건데 ‘응?’이라는 물음표가 뜨는 영화. 별로. 비추. 시간 아까웠다. 근데 그게.. 그가 살아생전 내가 본 그의 마지막 영화였다니.
휴스턴에서 몬테레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오늘의 일기를 썼다. 이걸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다.
출장이 잦을 예정인 법인을 맡고 나서 구매한 에어팟맥스는 아이가 잠들면 책상 앞에서나 조금 껴봤는데, 이번 출장으로 처음 집이 아닌 밖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장점은 비행기에서 노이캔슬링으로 원하는 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고, 단점은 공항에는 나와 커플 에어팟맥스가 (너무나) 많았고, 무거웠고, 귀걸이를 낀 채로는 아팠고, 얼굴에 크림을 바르고나면 묻을까봐 쓸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소니 네이비 해드셋을 낀 여자가 너무 예뻐보여서.. 애플을 선택한 내 자신을 좀 후회했다.
반나절의 여정, 뉴저지 - 멕시코 몬테레이
뉴왁 공항 터미널 C, 일찍 도착했나 싶었지만 짐검사하고 밥먹고 화장실 다녀오니 보딩 40분 전이었다. 샌드위치를 먹는데 주문 후 20분은 족히 기다렸던 것 같다. QR코드를 찍고 주문을 하고 페이까지 인터넷으로 하고 서버는 갖다만 준다. 주문시에 팁도 결제해야해서 18%정도로 했다. 15%가 첫번째 있었지만 그렇게 주면 샌드위치에 뭘 넣을지 몰라서 (그렇진 않겠지만). 팁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건데 미리 내라니.
몬테레이 공항에 도착하니 빨간색으로 맞춰입고 크리스마스 휴가 분위기로 마중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다들 휴일이라고 고향으로 돌아오는거 같은데 우리는 이곳으로 출장을 왔다.
몬테레이 공항 안의 택시예약 기계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주소의 ‘Zone’을 입력하여 택시를 결제하고, 출구에서 해당 택시회사의 택시에 탑승한다. 영수증이 세 개 나오는데, 한 개는 택시회사, 한 개는 기사님,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내 법인카드 정산용 영수증이다. 영수증 미리 사진으로 찍어놔야지 잃어버리면 낭패다.
비행에서 식사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지친 몸은 뭔가 먹기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몬테레이에 도착하면 저녁 9시 반인데 (뉴저지 시간 오후 10시 반).
호텔로 도착해서 체크인 후 룸에 들어서면 이제서야 나만의 공간으로. 손을 씻고 간단하게 짐을 푼 뒤 샤워했다. 그리고 내일 출근 셔틀에 늦지 않도록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