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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wood Gardens on Summer Friday
우리 회사는 전직원대상 6월부터 8월까지 2주간격의 금요일마다 오후 12시 퇴근이 적용된다. 여름동안 총 8번의 <유상반차>를 허락하는 셈이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여름에는 이런 <베네핏>을 주고있다. 아마도 아이들 방학동안에 가족끼리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인 것 같다.
금요일 오후 12시, 이른 퇴근 후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김밥을 싸고 남편은 짐을 쌌다. 오후 2시에 롱우드 가든으로 향했다. 북부 뉴저지에서 롱우드가든스까지는 3시간 30분. 오후 5시 반에 도착했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이라 산책 할 시간도 있었다.
가격은 성인 $32, 4세미만 무료 입장료.
주차무료.
모든 미국의 멤버십들이 그렇지만 두 번이상 방문할 계획이라면 무조건 멤버십을 구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우리는 음식이 비싸고 별로라는 말을 들어서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갔다. 더운 날씨에 바보같이 아보카도를 넣어가서 상하기도 했다. 😢
좀 늦게 도착했다는 생각에 여유가 없어서 우리는 걸으면서, 딸은 유모차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카페테리아를 지나면서 딸이 말했다. “나는 앉아서 음식을 먹고싶어”, 식탁에서 먹고싶다는 게 아니라 식당에서 식당음식을 먹고싶다는 말이었다. 퇴근 후 정신없이 김밥을 싼 나의 수고와 너에게 미안했다. 뭐, 근데 엄마도 어렸을 땐 외할머니가 싸오시는게 싫었어. 사먹고 싶었지. 그게 예쁘고 멋져보였어.
하지만 다음에도 도시락을 싸올거야. 다음엔 감자튀김이라도 사먹자. 그리고 가든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음악도 즐길 수 있었음 좋겠다.
Flower Garden Walk
사실 정원이 뭐 볼게 있겠어 라는 마음으로, 분수쇼나 보러가자, 산책하러 가자, 라는 마음으로 왔다. 워낙 더웠던 날씨라 첫 산책길에 식물들의 많이 말라있었다. 이 날은 최고 화씨 90도 (섭씨 32.2도)를 찍었다.
우리의 첫 정원은 Flower Garden Walk, 빨간 꽃으로 잔뜩 둘러싸인 정사각형 분수대를 발견했다. 블루세이지, 스칼렛세이지(깨꽃), 티보치나 등이 함께 어울어져있었다. 너무 더운 날씨였던터라 보자마자 시원함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그 위로 몇 계단만 올라가면 노란색과 연보라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원형 분수대가 보인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노란색과 내가 좋아하는 연보라색. 밝은 색과 잿빛의 연보라색의 조화가 수채화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언젠간.. 우리 집 정원을 꾸밀 여유가 된다면 노랑&연보라색 조합을 사용해야겠다.
Large and Small Lakes
Italian Water Garden와 Meadow Garden 방향으로 가는 길에 큰 호수가 있었다. 그 앞에는 하늘색 의자가 놓여있었는데, 우리는 잠시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았다. 세 살 아이와 가만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건 10초면 충분한 것 같다. 심심해하는 아이를 호수 근처로 데려가 호수 안을 들여다 보면, 물고기들이 숨을 쉬며 공기방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었고 벌레도 많아 금방 일어나 다음 가든으로 향했다. 날씨가 선선할 때 와서 호숫가에 앉아 책읽는 여유도 느껴보고 싶다. 아직 먼훗날이 되겠지만.
라지 레이크 근처의 나무 숲에는 캐노피 성당 (Canopy Cathedral Treehouse)이 있다. 전체가 나무로 되어있어 오늘같이 더운 날 들어가면 사우나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윗 층에서 바라보는 푸른 풍경 안의 호수도 그림 같으니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호수를 지나가 Peirce’s Wood에는 사랑의 사원 (Love Temple)이 자리 잡고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지나가는 길에 있는 작은 원형 사원이었다. 프로포즈 장소로 좋은 듯.
다음 산책로에 들어서기 전에 있던 화장실은 깨끗했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 시원했다. 더위먹을까 걱정되어 딸의 손수건을 찬물에 적시기도 하고 손에 조금 물을 받아 뿌려주기도 했다.
Italian Water Garden
파란색과 녹색의 이탈리아 워터 가든은 가운데 메인 분수가 있고 주변의 4개의 수영장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가든의 면은 분수를 담은 원형 화분이 둘러싸고 있다. 이 워터가든은 작은 분수쇼를 하고 있다. 가든의 철썩거리며 흐르는 물 소리는 계곡에 온 느낌을 준다. 시원한 소리만으로도 우리의 땀을 씻어주는 듯도 했다.
들어갈 수 없으니 가까이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했다.
Bird House, Tree House
커다란 튤립 포플러 나무 줄기 주위를 감싸며 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우리 딸은 나무 집이 맘에 들었는지 아빠와 한 번 올라가서 엄마에게 인사하고, 다시 엄마와 한 번 올라 아빠에게 손을 흔들었다. 위에 오르면 베란다와 앉아 쉴 수 있는 나무 벤치도 있다.
어린이들 공간 : Conservatory & Children's Garden
메인 분수대를 마주보고 있는 큰 규모의 온실 앞에는 푸른 계단의 정원이 있다. 아이들은 계단 꼭대기로 올라가 옆으로 누워 굴러내려오며 깔깔댔다. 우리 아이도 곧장 언니오빠들을 따라 잔디밭을 굴러다녔다. 한국에는 <잔디를 밟지 마세요>라고 써있는데 미국은 마음껏 밟을 수 있다. 다만 요즘 잔디에 있다가 틱(tick, 라임병 전염의 원인)에 물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니, 잔디를 걸은 뒤에는 아이 몸을 잘 살펴야한다.
온실 안에는 아이들이 마음 껏 돌아다니며 분수의 물을 만질 수 있는 “어린이 정원”이 있다. 덕분에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물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종을 치는 게 신기했다.
금요일 저녁 8시 15분 분수쇼
분수쇼는 낮에는 11:50, 13:15, 15:15, 17:15
저녁 분수쇼는 20:15, 불빛 분수쇼는 21:15 (목, 금, 토일만)
분수쇼 시작 두시간 전에는 미리 자리를 맡아놔야한다고 듣고 오긴 했는데, 오후 7시 30분쯤 갔을 때 분수쇼가 보이는 잔디밭에 이미 아웃도어용 의자나 돗자리가 깔려있었다. 우리도 주섬주섬 자리를 잡았다.
원래 시간 오후 8시 15분에서 5분 지연되어, 8시 20분에 시작했다. 노래와 함께 긴 물줄기들의 쇼가 15분 정도 지속되었다. 힘있게 뻗는 물줄기와 곡선으로 휘어지는 물줄기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뽐냈다.
한편으로 스스로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불공평하다. 어딘가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물을, 우리는 쉽게 쓰고 있구나 라고.
목, 금, 토요일만 한다는 불빛 분수쇼 (Illuminated Fountain Performance)은 오후 9시 15분 시작인데, 우리 어린 딸이 피곤했는지 집에 가자고 졸라서 포기하고 나왔다. 우리는 이걸 보기 위해 금요일에 온 건데.. 알맹이는 못 보고 나온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네가 크면 다시 오자꾸나.
디즈니 음악이나 우리가 아는 테마 음악이 나오기도 하니 홈페이지에서 이벤트와 음악을 보고 날짜를 결정해서 가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