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봄이 오는 맨해튼 주말 나들이, 소호 젠틀몬스터, 브루클린 덤보, 타임아웃마켓, 제인스 회전목마

우리는 뉴저지에서 맨해튼을 나갈 때 버스를 타고 간다. 이제 세 살이 된 딸의 짐이 많지도 않고, 사람도 차도 많은 혼잡한 곳을 운전하기 부담이기도 하고, 주차하고 나면 어쨌든 그 근처에서만 놀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요즘 토요일 오전에도 일하는 아빠와 같이 가야해서 오후 1시에야 마지막 익스프레스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익스프레스가 아니면 북부뉴저지에서는 1시간 반은 족히 걸려서 꼭 익스프레스를 타야한다 (40분 정도 소요)

 

딸아이가 크면서 따뜻한 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읽는 건 네 위주로니까 우리 위주로 좀 나가서 놀고싶어서. 

소호 젠틀몬스터는 별 게 없었다

4월에 나와 딸만 한국행 티켓을 샀는데 그 김에 젠틀몬스터 안경테나 사올까하고 (원화로 사는 것이 달러가보다 저렴) 같이 모델을 고르러 소호에 들렀다. 원래 계획은 브루클린으로 지하철 직행이었으나 단지 젠몬을 보러 소호에 내린 것이다. 뉴저지 아메리칸 드림몰에도 입점 예정이라고 써있는데 벌써 <커밍순>인지 1-2년은 된 것 같다. 

 

42가 Port Authority에서 지하철을 타고 Canal St.에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젠틀몬스터가 있다. 그 10분 걸어가는 내내 도보가 울퉁불퉁해서 소호는 유모차를 갖고 다니기 불편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젠틀몬스터 매장 안은 붐볐다.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안경테나 선글라스 종류가 별로 없고 (주관적으로 상당히) 괴상한 작품들만 있었다. 나는 작품보다는 상품을 착용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나의 목적에 맞지 않는 매장이었다.  

 

메종마르지엘라 파우치가 탐나서 콜라보 안경테를 사고싶었는데 역시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디스플레이도 휑했다. 우리는 10분 정도 매장을 둘러보다 나왔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호를 올거면 한 번 들려볼만 하겠지만 여기만 오려고 소호를 오는 건 정말 아니었다. 

 

소호에는 개인디자이너 매장도 많아 둘이 왔다면 구경할게 많았겠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OOTD 구경도 재밌다. 하지만 우리는 트렌디한 사람이 아니기에 뭐 지금과 달라질 건 없었을 거다.

Playing Mentis, 나무로 만든 장난감 가게

남편은 맨해튼으로 놀러가면 아무래도 딸아이 위주의 시간들이 되지 않을테니 주변에 아이를 위한 장소를 찾아놨다. 

소호에 온 김에 들렸다가는 Playing mentis에서는 목제 장난감, 수제 인형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유기농 재료로 만든 핸드메이드라고 한다. 가게 안에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장난감 공방인듯 했다. 

 

우리는 전시되어있는 목제 장난감을 구경하고 실로폰을 두드려보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나무로 된 소꿉놀이를 하나씩 구경하고 만져봤다. (카펫이 깔려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한다)  아이는 좀 더 놀고 싶어했지만 우리는 계획했던 브루클린으로 가야했고 더 있으면.. 무언가 사줘야할 것 같았다. 

 

소호에서 덤보로
(DUMBO :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원래 우리 계획은 소호에서 걸어서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덤보로 넘어갈 생각이었으나 시간도 없고 유모차를 끌며 걷기에도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지하철을 타고 덤보까지 이동했다. Canal St.에서 파란색 라인의 A 또는 C를 타고 3개의 정거장을 지나 (15분정도 소요) High street-brooklyn bridge station에서 내리면 된다.  

나는 여기를 오는 이유는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는게 유명해서라고 생각했는데, 파란색 맨해튼 다리 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맨해튼 다리가 파란색이라서 더 예뻐서 사람들이 많은 건가.. 싶었는데 여기가 그 무한도전이 왔던 곳이었다. 

그리고 맨해튼 브릿지 사이로 보이는 엠파이어빌딩 뷰가 유명하다는 걸.. 사무실에 돌아와서 팀원들과 지난 주말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부랴부랴 돌아왔는데 야경이 더 예쁜 곳이란다.

이래서 어딘가 갈 때는 공부를 하고 와야 제대로 즐긴다. 다행이 집에서 가까이에 있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니 다음 기회에 야경을 보는 걸로.

타임아웃 마켓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는 오지말자 했는데, 그건 화장실이 최악이었다. 화장실은 1층에 남녀공용의 1인실로 (변기와 세면대가 들어있는 1인 화장실) 다섯개가 있었다. 1인 화장실이다보니 손만 씻는 것도 줄을 서야했다.

주말에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공간에 화장실이 이 뿐이라니. 갈 때 마다 15-20분은 기다려야했다. 매번 화장실은 안 가겠다며 급할 때야 말하는 세 살과 가기에는 심장 떨리는 곳이었다. 

우리는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릿지 뷰를 지나 타임아웃 마켓으로 직진했다. 브루클린 다리로 올라가는 길을 지나 맨해튼 다리를 보며 계속 걷다가 세 블럭 정도 지나 왼쪽으로 꺽어 다시 5분정도 걸으면 타임아웃 마켓이 있다. 

 

첼시마켓과는 다르게 푸드코트 디자인이 통일되어있어 차분한 느낌이었다. 걸을 수 있는 통로가 넓지 않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 편의성이 좋지 않다. 

2층에는 루프탑도 있다. 강바람이 많이 불고 왠지 아이를 데려가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올라가보지는 않았다. 

타임아웃 마켓에서 먹은 것들은 새우 아레파, 케사디야와 일본 라면으로 세 접시. 사람들이 많아서 나와 딸은 테이블을 잡고 옆에 유모차를 접어둔 채 앉아있었고, 남편은 모두 다른 스테이션에서 주문해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새우 아레파는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따라 시켰는데 큰 새우알이 씹히는 샌드위치였다. 스테이크가 크게 썰려있던 Quesadilla도 재료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에 나는 국물이 먹고싶어 일본 라면을 주문하면서 사실 기대는 안 했는데 (제발 시판 라면을 끓여주는 것만 아니었으면.. 생각했는데) 국물도 진했고 들어갈 건더기도 다 들어가있어서 기대이상이었다.   

Jane's Carousel

타임아웃마켓에서 2분 정도 걸어 제인스 회전목마로 향했다. 닫을 시간 (오후 5:50분)이 가까워와서 걱정했지만 마침 마지막 회전목마 운행을 기다리는 줄이 있어서 우리는 마지막 표를 구매했다. 인당 3불로 2개의 티켓을 구매했다. (아빠는 딸의 보호자로 들어가 목마를 타지 않기에 무료)

 

* 우리가 간 4월에는 오후 5:50분 마지막 운행이었지만, 요즘은 오후 6:30분까지도 운행한다.

사실 회전목마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투명한 유리 내부에 있는 회전목마를 타고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릿지 그리고 맨해튼 뷰를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메인st. 놀이터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뷰를 보면서 강가를 따라 걸었다. 우리의 마지막 도착지는 맨해튼 브릿지 바로 밑에 있는 공원의 메인 스트리트 놀이터. 이번에도 아이가 지루해 할까 남편이 미리 검색해놨다. 다행히도 회전목마를 한 번 더 타고싶다는 아이를 달래는데 놀이터가 딱이었다. 

 

거대한 배 모양으로 세 살 아이 수준에 맞는 놀이터였다. 배 모양의 놀이터를 둘러보고 미끄럼틀을 몇 번 타보다가, 타이어로 된 유일한 그네를 타고 싶어했지만 이미 언니오빠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지하철이 맨해튼 브릿지로 지나갈 때마다 너무 시끄러웠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다리 밑에 있어 그늘이 지고 찬 강바람에 4월에는 오래 놀 수는 없었다. 아무튼 난 고요하고 푸르른 뉴저지 놀이터가 좋다고 생각했다. 

 

Llunalil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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