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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를 뽑았다

사랑니에 대하여

“3번째 어금니”라고도 불리는 한국어로는 “사랑니”, 영어로는 “Wisdom Tooth (지혜의 이)”, 스페인어로는 “las Muelas del juicio (이성의 이 또는 판단력의 이)” 라고 한다.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정의되어있다. Muela que nace en la edad adulta en el extremo de la dentadura (성인기에 치아 끝부분에 나오는 어금니를 말한다). “판단력의 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성인이 된 나이에 나오는 이는 나머지 영구치열이 나타날 때보다 더 발달되고 완전한 판단력을 갖기 때문이라고 한다. 

잇몸이 붓고 목이 아픈 증상

사실 난 사랑니가 자라있는지 몰랐다. 회사 보험으로 연 2번 스케일링이 가능하지만, 애를 키우다보면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럴싸한 이유, 사실 어른이 되어도 치과에 가는 건 꽤나 싫은 일이여서 미루었다. 

사랑니와 어금니 사이로 음식이 들어가는 느낌에 자꾸 건드렸더니 잇몸이 부었다. 살면서 처음 안 사실은 잇몸이 부으면 목도 아프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목감기인가 했는데 다른 증상은 없었고, 침 삼킬 때 목이 아팠다.

 

3일 정도가 지났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잇몸의 욱씬거리는 통증에 치과를 예약했다. 보통 미국에서는 1주일에서 한 달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한데, 이번엔 다음 날로 예약이 가능했다. 아마 잠깐 진단만 해주시려고 예약해주신 것 같다. 

 

반차를 쓰고 간 치과에서는 정말 10분 정도 봐주셨다. 잇몸이 많이 부어서 일주일치 항생제 처방전을 써주셨고 사랑니 발치는 한 달 뒤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그 것도 출장과 겹쳐서 1주일은 미뤄야했다.

CVS Pharmacy에서 약사에게 처방전을 주고 20~30분 기다리고 나서야 항생제를 받을 수 있었다. 항생제를 먹고나서부터 붓기가 가라앉았다. 목도 아프지 않았다. 하루에 시간에 맞춰 3번 꼬박 먹어야했지만 게으른 나는 먹다 말다 했다. 이러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사랑니 발치

발치 예약 날이 오고야 말았다. 치과 의자에서 입을 한 번 헹구고 마취가 시작되었다. 사랑니가 반듯하게 나있어서 그대로 뽑았다. 남편은 비스듬하게 나있어서 깨서 뽑았다고 한다. 

 

글로 표현하니 ‘뽑았다’이지, 한 번에 뽑히지는 않았다. 여러 번, 도구를 바꾸기도 하셨던 것 같은데 시간은 10~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 하고 입을 벌리고 누워있는 나에게는 1시간 같았지만. 아픈 감각은 없었지만 이를 뽑느라 잡아당기는 힘이랄까, 그런 건 느껴지기에 무섭도 긴장되었다. 두 손을 꼭 모으고 있었다. 치과 치료를 받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다.

치과 의자에 누워 이를 빼내면서 무섭고 식은 땀이 나는 긴장과 함께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떠올랐다. 가족이 다같이 고기집에 갔는데 할머니의 틀니를 놓고오셨을 때. 

고작 사랑니 한 개 발치에 나는 할머니의 틀니가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틀니를 하실 때, 나이가 먹으면서 이가 약해지고 빠지는 그 시간이 얼마나 아프셨을까를 생각하나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나는 살아가며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과거의 할머니와의 순간을 떠올리고, 그녀의 ‘늙음’에 나를 대입하며 그 때의 나를 후회한다. 

의사선생님은 실밥은 3일 내 자연적으로 풀릴 것이니 그 때까지는 사랑니 발치 한 쪽에 칫솔질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사랑니를 뺀 뒤 나오는 피를 막기위해 잇몸에 거즈를 넣어주고 30분마다 바꾸라며 여분의 거즈를 주셨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마취가 풀리기 시작했는데 피도 멈추지 않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분께 애드빌을 얻어 먹고 좀 참을 수 있게 되었다. 퇴근하기 한 시간 전 쯤에야 거즈를 빼내었다. 그리고 일 주일간 애드빌을 먹었고, 사랑니를 뺀 오른 쪽으로 씹지 않았다. 이가 비어있는 느낌이 계속 되며 습관적으로 사랑니가 빠져나간 부분을 혀로 눌러보기도 하였다. 일주일 정도 지나 다음 출장으로 멕시코에 가게 되었을 때야 사랑니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익숙해졌다.    

Llunalil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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